[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의미의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문으로 옮긴 성어로 사자성어보다는 신조어에 가깝다. 교수들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언론 등 사회 공론장에서도 '아시타비'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봤다.

교수신문은 20일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88명(32.4%, 복수응답)이 '아시타비'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안무치' 396표(21.8%), '격화소양' 304표(16.7%), '첩첩산중' 231표(12.7%) 등이 순위에 올랐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의미의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정상옥 전 동방대학원대학교 총장의 휘호. (교수신문)

'아시타비'는 두 교수의 추천으로 조사대상에 올랐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는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고 평했다.

교수신문은 "1위 '아시타비'와 2위 '후안무치'를 합치면 과반을 넘는다(54.3%)"며 설문에 응한 교수들의 반응을 전했다. "조국에 이어 추미애, 윤석열 기사로 한 해를 도배했는데 골자는 한 줄이다. '나는 깨끗하고 정당하다'"(예체능∙40대), "진보 정권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없고 보수 세력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다"(사회∙60대), "도덕적 시비에 빠진 적폐청산과 야당의 방어전략으로 추상적, 도덕적 차원에 국정이 고립됐다"(사회∙30대) 등이다.

교수들은 '아시타비', '후안무치'를 꼽으면서 언론 등 공론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냈다. "가짜뉴스와 대안적 진실을 앞세운 확증편향(인문∙50대), "각자의 입장에 경도된 언론과 논객, 지식인의 왜곡된 정치의식"(인문∙40대) 등의 지적이 이뤄졌다. 한 60대 자연대 교수는 "아시타비는 후안무치를 동반한다"고 했다. 다른 60대 인문대 교수는 '아시타비'를 반정부 진영에서 정부를 보는 입장으로, '후안무치'를 집권세력이 야권을 보는 입장으로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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