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떠난 '강심장'이 이승기 단독 진행으로 방송되었다. 그동안 이승기를 키워주기 위해서 강호동이 꾸준히 조력하는 역할이었기에, 강호동이 빠져도 진행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큰 구멍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승기 옆에는 붐과 특아카데미의 이특, 은혁, 신동이 있고, 이들로 커버되지 않으면 최후에는 김영철과 김효진, 정주리가 보조하고 있기에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별 염려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과하면 부족하니만 못하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듯 붐의 말 끝 물고늘어지기는 이승기의 첫 단독진행 방송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처음부터 잘못된 시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 '붐'을 이용한 안정화였다. 강심장의 밋밋한 흐름을 잡아주고 곳곳에 튀는 이미지를 넣기 위해 제대 전부터 그를 탐내던 <강심장>이 바로 데려왔지만, 한 달도 되지 않은 지금 슬슬 붐의 한계가 노출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혼자 진행해야 하는 이승기가 약간 안 되어 보이긴 했지만, 이승기의 진행도 달라진 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간 자신을 커버해준 강호동이 없는 상황에서 쉽사리 적응하기 힘들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에게 강심장 판을 휘어잡을 만한 포스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데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처음부터 완벽한 진행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하지만 이승기는 치고 들어오는 순간적인 애드리브를 컨트롤하기에 매우 벅찬 모습이었고, 실제로 거의 통제하지 못했다. 붐이 계속해서 깐죽거리듯 애드리브를 무리하게 치고 들어와도 제재하지 못하고, 서로 엉키어 말을 먹고 먹히는 상황이 와도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은 조금 염려스러웠다.

오히려 분위기를 살린 이는 예능인도 아닌 베테랑 탤런트 최란이었을 정도로 정돈되지 않았다. 유혜리가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최란이 양념 치듯 순간순간 농을 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초를 친 것 역시 붐의 말 받아내기 신공이었고, 이승기는 이런 분위기를 통제하지 못하고 일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초반 자신이 단독 진행하는 것이 걱정되어 한 말이 화근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디오가 물리더라도 말만 많이 해 주세요'의 주문과, '제가 말이 막히면 게스트가 이어주세요'라는 주문은 최후의 상황이 되었을 때에나 요구할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더욱 붐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이 없는 자리를 안정화시키고 분위기를 메우기 위해 투입된 붐의 활약은 무척이나 괴로운 장면으로 다가왔다. 툭하면 오버액션을 하며 진행자 곁으로 다가오는 장면은 나중에 피곤함으로 다가오기까지 했다. '이제 강호동이 떠났으니 '강심장'이 아닌 '이심장'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혼자해도 완벽한 진행이 될 것이다'라며 힘을 주는 장면, 말 한 마디가 끊어지기 무섭게 치고 들어오는 애드리브는 무척이나 짜증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초대된 게스트들이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끝이 나기도 전에 계속해서 중간 중간 던지는 '네~ 아! 네~ 아하~' 등의 말 받아주기는 귀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사실 진행자가 맡아야 하는 영역이다. 사연에 동의하거나 계속해서 받아줘야 하는 진행자의 입장에서 '아! 네~'라는 말 등이 꼭 필요한 시점에 붐이 과하게 치고 들어오자 판은 어지러워졌다.

붐에게 이런 역할을 허락한 것은 제작진의 판단미스인 것 같다. 오히려 강심장의 터줏대감이자 양념 역할을 꼭 필요할 때만 하는 김영철이나 김효진을 투입시켜 말을 받게 했으면 이런 불필요한 소음은 듣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역할을 따로 정해 맡겼다면 오히려 순조로울 판이었는데, 누구라고 정해놓지 않고 이승기를 도와주라고 말한다면 뻔한 흐름으로 넘어갈 것은 당연했다.

현재까지의 <강심장> 패턴에서는 진행자였던 강호동과 이승기를 제외한 다른 게스트들의 역할은 미약하지만 나누어져 있었다. 진행 부분에 있어서 강호동과 이승기가 60%였다면 붐이나 특아카데미가 맡은 역할이 20%였고, 나머지 부분을 분위기 띄우는 삼총사 '정주리, 김영철, 김효진'이 나서서 분담해 왔다.

그러나 강호동이 떠난 이승기 단독진행의 <강심장>은 이승기가 60%, 붐이 30%, 그리고 나머지 정리 안 된 게스트들이 나눠먹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역할 분담이 안 되고, 각개전투해야 하는 상황은 그 자체가 서바이벌이었다. 이승기가 노력했겠지만, 현재 조율사로서의 능력은 아쉬운 상태이다. 특히나 웃음을 고루 주어야 할 양념 역할의 붐이 고춧가루를 뿌리는 상황은 미래를 위해서 적당히 제지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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