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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부캐는 필연적인 과정? MZ세대 ‘부캐형 N잡러’ 탐구보고서[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12.14 17:27

[미디어스=이정희] <SBS 스페셜>은 12월 6일 ‘나를 찾아줘 #MBTI’ 편부터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탐구 보고서'를 방영 중이다. 12월 13일 방송된 ‘N잡 시대 부캐로 돈 버실래요?’ 편에서는 최근 유행어가 된 ‘부캐’를 가진 N잡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X세대처럼 2020년대의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부캐(부캐릭터)'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N잡러라는 단어도 더는 생소하지 않다. 평생직장 시대를 산 아버지 세대와 다른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 그 이유는 무엇인지 <SBS 스페셜>이 찾아본다. 

SBS 스페셜 ‘N잡 시대 부캐로 돈 버실래요?’ 편

다큐를 이끄는 건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멤버로 익숙한 브라이언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알려진 가수 외에 플로리스트와 크로스핏 강사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진 ‘N잡러’이다. 가수 활동을 하며 악플로 마음고생을 하던 브라이언은 꽃을 만지며 힐링을 하게 되었고 그게 그의 또 다른 직업이 되었다. 

이렇게 브라이언처럼 또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이 더는 생소하지 않은 상황, 직장인 10명 중 3명이 N잡러인 시대가 되었다. 그중 20대가 25.7%, 30대가 34.6%로 주로 2, 30대 직장인이 주를 이룬다. 

MZ세대, 부캐를 갖다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윤혜진 씨의 또 다른 이름은 혜강사이다. 프리다이빙 강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사로 하루 종일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자세로 일하던 그녀는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2년 전 프리다이빙을 시작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보다 깊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향하고 싶은 그녀의 열망이 강사 자격증까지 이어졌다. 

수입으로 따지면 본캐(본캐릭터)의 1/5~1/20에 불과하지만, 좋아해서 하는 일에 수입까지 생기니 액수로 따질 일이 아니라고 혜진 씨는 말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오로지 자신의 숨소리만 들리는, 온갖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그동안 부캐 없이 어찌 살았나 싶다. 

SBS 스페셜 ‘N잡 시대 부캐로 돈 버실래요?’ 편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MZ세대에게 성장은 더는 승진이 아니다. 대신 자아성취를 위해 그들은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 공교롭게도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의 증가가 그런 그들의 선택을 도왔다. 

회사원 이강원 씨의 부캐는 캐릭터 디자이너이다. 회사 간 합병으로 인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외국계 회사로 옮기게 된 그는 회사에 모든 걸 걸고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그는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재택근무의 시간, 그간의 취미를 부캐로 승화시켰다. 테니스를 좋아하던 그가 즐겨 그리던 테니스 선수들을 옷에 도안으로 옮겨 이윤을 창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그의 취미가 부캐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재능 거래 플랫폼'의 도움이 필수였다. 올 한해 프리랜서 등록 건수만 작년 대비 두 배나 늘었다는 플랫폼에는 이미 25만 개 서비스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중 상당수가 직장을 다니며 부캐로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디자인, IT 프로그래밍을 비롯하여 전자책까지 다양한 분야의 프리랜서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직업화시키고 있다. 

그중에서 전자책 분야는 최근 활성화되고 있다. 각종 전문 영역을 다룬 전자책이 2000여 권 등록되어 있다. 백화점 영업직으로 12년 동안 근무했던 김용환 씨도 인턴사원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다가 그 내용을 '직무기술서'로 등록했다. 일반 출판과 달리 인세의 80%를 작가가 가지는 플랫폼의 구조 덕에 김용환 씨의 부캐 수입은 쏠쏠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SBS 스페셜 ‘N잡 시대 부캐로 돈 버실래요?’ 편

직장인 22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가장 선호하는 부업의 종류는 취미나 직무 관련 분야로 나타났다. 실제 추가 수입을 올리는 부캐 분야에서 가장 각광 받는 분야는 동영상 크리에이터나 SNS 운영이다(44.5%). 그 뒤를 잇고 있는 건 헬스, 요가 등 운동 레슨 분야(25.2%), 그 외에 소설 등의 창작과 요리 등도 있다. 

군대와 대학 친구들로 이루어진 오진승(정신의학과), 이낙준(이비인후과), 우창윤(내과) 세 사람은 의학 분야의 동영상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약 64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이들 세 사람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의학계의 다양한 이야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팔로워의 수만큼 수익도 늘어났지만 다양한 기부 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그저 이윤을 내는 부캐 이상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또한 이들 중 이낙준 씨의 경우 홀로 지방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쓴 웹소설이 7편, 그중 인기작인 <골든아워>의 경우 다운로드 수만 1700만에 이르는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본캐냐 부캐냐, 그것이 문제로다?

SBS 스페셜 ‘N잡 시대 부캐로 돈 버실래요?’ 편

대부분 본캐가 안정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새로이 선택하는 부캐의 경우 이윤만이 아니라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한 도전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5년차 N잡러인 주대성 씨의 경우 컴퓨터 관련 직종이 본캐였지만, 컴퓨터 앞에만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음식 배달, 대리운전, 탁송, 크리에이터 등으로 변신했다. 부캐가 본캐가 되어버린 경우다. 안정적인 직장 대신 하루 대부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지만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수입도 만만찮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부캐를 가진 사람들은 부캐를 위해 본캐를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그러다 당장 이번 달 카드값을 걱정하며 '포기'를 포기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부캐를 가진 사람들은 꼭 부캐가 본캐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가 아니라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본캐에 시너지 효과를 낳으면 되지 않느냐고도 한다.

취미로부터 시작되었든 이윤을 위한 선택이었든, 부캐는 미래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일단 해보라고 한다. 유연해지고 다원화되어 가는 사회 구조 속에서 부캐는 필연적인 과정이라 전문가는 해석을 더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도 본의 아니게 N잡러의 대열에 속하게 된 사람이다. 프리랜서의 삶은 고달프지만 다큐에서 말하듯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내 삶에 고스란히 통한다.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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