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에게 따라다니는 숙명 중의 하나가 악플이 아닐까. 그저 유명세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는 심정은 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것이다. 인터넷 악플로 이미 많은 연예인들이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까지 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그저 심심풀이 땅콩으로 키보드를 두드릴지 모르지만, 이를 보는 당사자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어제 DJ DOC 김창렬이 악플러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을 두고 파문이 거세다. 김창렬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들의 운동회 사진을 올렸는데,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이 이 사진 밑에 악플을 달아 김창렬이 발끈했다. 김창렬은 트위터에 '어이 손가락 파이터 찌질이들! 내가 가족 기사엔 악플 달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 잡놈들아! X신들이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할 거면서 익명으로 깝 좀 치지 마라!'고 욕설이 담긴 글을 남겼는데,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김창렬이 악플러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은 속이 다 시원하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귀여운 법인데, 아들에게까지 상처가 될 말을 남기니 얼마나 화가 났을까 싶다. 그러나 한편으론 준 공인 입장에서 본다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다. 공개된 트위터에 그것도 연예인 신분인데 '잡놈, 찌질이, X신, 깝치지 마라'며 성질대로 쓴 글은 또 다른 악플을 낳고 있다.

그래서 연예인들은 자신에게 악플을 달아도 이미지 때문에 그냥 못 본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일일이 대응하면 또 다른 악플이 나오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물론 침묵이 능사는 아니다. 김창렬이 적극적으로 욕설 대응을 한 것을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니지만, 그 대응방식이 악플러와 다를 바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즉, 주먹을 내미는 상대방을 피하거나 정당한 방법으로 대응을 한 것이 아니라 똑같이 주먹을 내민 것과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배우 송지효의 예를 보자. 그녀는 올 3월, 인터넷에 졸업사진이 퍼지면서 일진설까지 불거졌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 지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음습한 곳에서 노는 언니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런닝맨'에서 멍지효 캐릭터로 한창 인기를 끌어가던 시기라 이런 논란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송지효는 악플에 직접 대응하기보다 방송을 통해 센스 있는 해명을 했다. 연예정보 프로에 인터뷰에 나와 송지효는 '졸업사진은 평생 남아요~!'라며 일일이 해명하기보단 유머러스한 해프닝으로 넘겼다. 만약 그녀가 '일진설은 억울해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면 오히려 의혹만 더 키웠을 것이다.

악플에 답글을 남기려면 악플러를 수긍시키거나 유머러스한 글로 악플러를 제 풀에 꺾이게 해야 한다. 김보민 아나운서 경우를 하나 더 보자. 그녀는 지난 8월, 자신의 트위터에 '무슨 동네 아줌마가 마실 나온 것도 아니고 살 좀 빼세요. 요즘 방송 보면 상체, 하체 비만 장난 아니던데, 방송이 장난인가요?'라는 글을 보고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것이다. 그녀는 '저 44.5kg입니다. 지적 고맙습니다. 못 생기고 살쪄서 어쩌죠? 더 노력하겠습니다. 눈물이 나네요. 제 노력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느낌이어서요'라는 의연한 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창렬이 악플러에게 욕설 대응을 한 것을 두고 다른 사람의 예를 드는 건 그 사례 속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 김창렬은 악플에 유머스럽고 의연하게 대응하든지 아니면 대응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키보드로 욕설을 해댔으니 악플러와 뭐가 다른가.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일단은 분노를 삭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했는데, 그가 감정대로 대응을 했으니 파문이 커진 것이다. 김창렬은 악플러를 비난했지만 그들의 심성을 그대로 따라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뒤늦게 '조심할게요'라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악플은 익명의 살인 행위와 다름없다. 많은 악플러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익명의 살인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김창렬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아무리 안티가 없다 하더라도 악플의 상처를 받고 활동해왔을 것이다. 지금까지 김창렬은 자신을 향한 악플은 참고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가족에게까지 악플이 난무한 것을 두고 그가 발끈한 것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김창렬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악플러와 똑같이 대응한 것은 결국 가족들에게 또 다른 악플을 유발하는 잘못된 대응 방식이 아닐까?

무색의 소주처럼 차고 뜨거운 남자가 보는 TV속 세상 보기. 바보상자라는 TV를 거꾸로 보면 그 속에 숨어 있는 2인치 세상이 보입니다. http://kafur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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