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엔 신기한 룰이 있습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의 홈구장이 25,000석 이상의 관중석을 가지지 못했을 경우, 잠실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이 규정이 몇 년 전에는 3만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잠실구장의 관중석이 줄어들면서 룰이 바뀌었다는- "모든 우승은 잠실에서"라는 포스팅에서 이번 시즌, 또 다시 우리가 겪어야 할 아쉬움이라 이야기했는데요.
2011년 야구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를, 한국시리즈 5,6,7차전. 그 공간은 분명하게 "잠실구장"입니다.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의 경우, 100% 홈이 아닌 곳에서 시즌종료, 그 상대도 4연승이 아니면 홈에서 우승할 수는 없다는 거. 결론은 잠실... 아, 4연승이면 사직, 무등, 문학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장 뜨거운 열기를 보이는 사직구장이 가장 높은 기준치 10배의 석면검출, 가장 좋은 문학구장도 2번의 검사 끝에 검출됐다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KBO 기준의 척도가 되는 2만5천석의 야구장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이 1급 발암물질, 뭔가 씁쓸하죠?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차라리 꼭 서울에서 하려면 "목동구장"을 찾아가야 하는 걸까요? 여러모로 2만 5천과 석면, 그리고 열악한 구장이란 키워드가 얽힙니다. 작은 야구장들의 특징인 인조잔디 덕에 소형 야구장들에선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박수치고 싶진 않습니다만. 소형 인조잔디 야구장이 차라리 더 나은 우리의 현주소, 이런 현실에 답답합니다.
발암물질이 날리는, 그래서 임산부와 어린이가 가면 좋지 않으리라 생각되고, 선수들의 격한 플레이에 암을 걱정해야 하는 야구장, 석면은 없지만 너무 낡은, 그래서 시설적으로 불편하고 선수들의 다른 부상이 염려되는 야구장, 우리 프로야구가 펼쳐지는 7개 야구장의 현실은 딱 이 수준인 듯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는 2만5천석이란 기준으로 뭔가 야구장의 정상과 비정상을 나눠놓은 듯하죠. 외형적으로 화려한, 하지만 내부의 현실은 그리 편치 않은 야구장의 불편한 진실. 한국시리즈 기간까지 이어질 듯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