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의 방송복귀 타이밍은 가히 하늘이 돕는 것만 같았다. 강호동의 무릎팍도사 출연으로 높아진 주병진에 대한 기대 효과는 신기하게도 강호동의 공백으로 거의 완벽한 복귀 환경이 만들어졌다. 특히 MBC로서는 천금을 주고도 당장 주병진을 데려와 강호동의 공백을 하루 빨리 채우고 싶은 다급한 상황에 몰려 있었다. 1박2일과 강심장이 강호동의 공백에도 프로그램 폐지나 새로운 충원 없이 가는 것과 달리 무릎팍도사는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예능대제 주병진의 존재에 대한 필요는 다른 방송사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주병진이 오랜 침묵을 깨고 방송 복귀를 결심한 것은 MBC로서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믿게 할 우연이었다. 물론 주병진을 투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 강호동을 대신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병진만한 인물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MBC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그 과정을 순리대로 풀어갔으면 방송 3사 중 강호동의 이후를 가장 무난하게 극복해냈겠지만 그렇지 못한 과욕과 비상식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모두 망치게 했다.

윤도현이 MBC의 제안을 거부하고 자진하차를 발표하자 주병진의 복귀는 곧바로 제동이 걸렸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분위기는 마치 주병진이 한참 후배인 윤도현 자리를 욕심을 낸 것으로 받아드려졌다. 아무리 주병진의 복귀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해도 그대로 주병진이 <두 시의 데이트>를 맡게 되면 곧바로 백만 안티를 안고 시작할 상황에 몰렸다. 이렇게 돼서는 주병진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는 복귀 시점을 <잠정 보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예능계에 불어 닥친 강호동 쓰나미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대안이었던 주병진 카드를 쓸 수 없게 했다는 점에서 MBC는 타 방송사의 원망까지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두 마리만 놓친 게 아니라 그 이상의 피해도 피하기 어렵다. MBC가 윤도현에게 제안한 새로운 시간대가 배철수의 음악캠프라고 알려진 이상 당사자인 배철수의 입장도 본의 아니게 곤란하게 만들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1990년 시작해서 올해로 21년을 지속해온 FM 라디오의 전설이자 교과서같은 프로그램이다. 그 음악캠프를 윤도현에게 제안했다는 것은 청취율에서는 최고가 아닐지는 몰라도 배철수의 그윽하고 정직한 진행으로 음악방송의 손석희와 같은 존재인 배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닌 무례한 뒷치기였다. 윤도현 입장에서는 다른 누구의 프로그램으로 옮기라는 것도 생각하기 힘든 문제인데 심지어 배철수라면 모욕감에 사로잡히게 했을 것이다.

또한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됐다면 20년 넘은 장수 프로그램에 대한 예의를 갖춘 폐지 수순을 가졌어야 했다. 20년 넘게 MBC에 공헌한 배철수에 대한 이 경박하고 무례한 태도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MBC 라디오의 모든 진행자들이 분개할 일이다. 이번 윤도현, 주병진 파문은 MBC의 비상식이 자초한 자멸이고, 재앙이다.

언제부턴가 MBC는 몰상식이 지배하는 구조가 됐다. 시청자와 청취자가 그런 MBC에 대해서 불만을 표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MBC는 가진 권력을 마구 휘두를 뿐이다. 그러나 MBC 경영진은 알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영화 도가니가 대신 말해주고 있다. 아니 도가니를 전국민이 봐야 할 필수영화로 입소문을 내고 있는 이제 긴 침묵에서 깨어나고 있는 대중이 경고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비상식을 상식으로 되돌리려는 진심이 모아지고 있음에 두려움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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