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은 K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입니다. 2009년에는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으며, 개인 통산 최다 골 기록(116골, 우성용)에 단 4골만 남겨두며 '대기록 달성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올 시즌에는 도움왕을 사실상 확정지어 '도우미'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다재다능한 공격수로 떠올랐습니다. 2009년 MVP를 수상했고 올해도 매달 K리그 최고 선수를 뽑는 축구스타K를 3차례나 수상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동국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이동국은 팀에서도 특별한 존재입니다. 이적 후 첫해였던 2009년, 이동국의 활약 덕분에 전북 현대는 사상 첫 K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저 중위권팀에 머물렀던 전북 현대가 강팀으로 거듭난 역사는 이동국이 전북 현대에서 함께 한 역사와 같이 가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K리그 우승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으며, 2006년 이후 5년 만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에도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 18일 오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프로축구 경남FC-전북 현대전에서 현대 이동국이 전반 프리킥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이동국이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이동국 측과 전북이 일찌감치 재계약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습니다. 올해 12월말로 전북과 계약이 끝나는 이동국은 FA 자격을 얻게 돼 K리그 팀 뿐 아니라 다른 무대로의 진출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자신이 부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최강희 전북 감독과 함께하고 싶다며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추진하지 않고 빠르게 재계약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실행에 옮기며 성사 단계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전에 무리하게 해외 진출을 시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북맨'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이동국의 재계약은 이동국이나 전북 모두에게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면에서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계약이 빨리 성사될 경우 이동국은 안정된 마음으로 시즌 막판 팀 우승에 기여할 수 있는 의지를 더 다질 수 있고 그 덕에 전북 현대의 우승 도전에도 한층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도 이동국이 전북에 몸담을 2-3년 동안 통산 득점 기록을 비롯해 더 많은 기록도 세울 수 있고, 그 덕에 이동국과 전북의 가치도 더 높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북 현대하면 이동국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전북의 사실상 첫 레전드 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렇다 할 간판 레전드가 없었던 전북 입장에서는 하나의 큰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동국과 전북 현대가 걸어온 스토리가 훈훈하게 잘 마무리될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사실 이동국은 전북 이적 전까지만 해도 '실패의 아이콘'으로 이미지가 굳을 뻔 했습니다. 십자인대 파열로 인한 독일월드컵 본선 출전 좌절부터 시작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실패, 그리고 K리그 무대로 복귀한 성남 일화에서의 부진 등으로 이어진 악재는 스타플레이어였던 이동국에게 크나큰 시련과 아픔의 연속이었습니다. 전북 현대 역시 2006년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기는 했지만 2008년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최강희 감독이 "지켜봐 달라"고 하는 등 중위권 팀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 매년마다 애를 태웠습니다.

그러나 이동국의 입성을 시작으로 전북 현대는 승승장구했고,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2009년에는 창단 후 처음으로 정상을 밟았고, 이동국은 득점왕과 함께 리그 최우수선수상(MVP)까지 거머쥐며 최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비록 '절반의 성공, 아쉬움'으로 끝났지만 그 덕에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도 전북은 3위를 차지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고, 이동국은 13골을 넣으며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올해 전북은 몇 달째 선두를 질주하며 2년 만의 우승에 바짝 다가섰고 골만 넣었던 이동국은 올해 14도움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에 1도움만 남겨뒀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좋은 기억이 많았던 이동국과 전북 현대가 만든 스토리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전북 현대 뿐 아니라 K리그 전체적으로도 역사에 남을 스토리로 남을 수 있습니다. 30년 역사에도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K리그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전북 현대는 또 한 번의 우승을 위해, 이동국은 개인 통산 최다 골과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 달성을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게으른 천재'에서 '노력하는 스트라이커'로 거듭난 이동국, '잠재력만 있는 팀'에서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난 전북 현대의 관계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많은 이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의 밝은 앞날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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