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참맛은 다시 따져 봐도 촌철살인의 자막과 사회비판 메시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무한도전(무도) '스피드 특집'은 꽤나 깊숙한 곳에 메시지를 숨겨놓아 많은 사람들이 보물찾기하듯 겉으로 보이는 웃음 넘어 또 하나의 재미를 누렸다.

독도 특집이나 마찬가지였던 '스피드 특집'은 더 이상은 뒷짐 지고 지켜만 볼 수 없는 '독도' 문제에 관한 진지한 접근이 있었다. 1964년식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시작된 이 여정은 긴 시리즈물 예능영화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단순하게 1964년식 버스에 올라탔지만, 그 의미를 찾아보면 해당 년도에 '한일외교정상화 방지 수립'을 통해 중립적 태도를 취해 일본의 손을 들어준 미국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이 '차라리 독도를 폭파시켜 버리고 싶다'고 한 말을 상기시켰다.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은 빠짐없이 어떤 의미를 코드로 집어넣어 이어지게 만들어 한 편의 추리물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엉뚱하게도 주차장에서 얻은 '811.15.ㅎ.155'라는 코드를 들고 국회도서관을 찾아서는 고은의 시집인 <한일 시선집>을 찾게 만든다. 그들이 단서를 얻은 페이지에는 '독도'라는 시가 있었다.

DMC역에서 4시 14분 떠나는 열차에서 미션으로 가방을 가져오라 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4와 14라는 코드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날짜였다. 1592년 4월 14일은 임진왜란 발발일이고, 2010년 4월 14일은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독도부근 우리 측 배타 경제수역에 해저수로를 탐사하겠다는 계획서를 국제수로기구에 제출하여 파문을 일으킨 일본을 떠오르게 한다.

각 미션을 수행하며 옮겨 다니는 '무도' 멤버들을 뒤쫓는 차에도 빠짐없이 메시지가 담겨 있다. 미행하던 두 대의 차는 극우단체를 후원하는 도요타와 닛산의 차량으로 세팅된다. 게다가 DMC역에 도착해 차를 바꿔 탄 멤버들을 위해 기름을 사러 간 박명수는 차가 LPG차량이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한 채 허탕을 치는데, 여기서 LPG라는 메시지에는 일본이 노리고 있는 독도 주변의 천연가스에 대한 개발 메시지가 숨겨져 있었다.

지난 미션이 로드버라이어티 미션이었다면 이번에는 한 장소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풀어나가는 미션이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연상케 하는 까칠한 미션 지령은 멤버들을 당황케 했다. 독도에 대한 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고지도를 이용한 틀린그림찾기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연출해 냈다.

쓸모없지만 눈치게임을 시켜 웃음을 주고 결국은 그와 상관없는 지목으로 지령을 하달하는 악당은 제멋대로지만, 그를 통해서 자연스레 긴장감을 주고 빠져들게 만든다. 미션 수행에 몰입한 멤버들은 독도에 대한 잘못된 부분을 찾아낸다.

어떻게 틀림그림찾기로 꾸준히 문제 삼던 일본의 억지 주장을 디스하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역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사적 사실을 풀어내 틀린그림으로 제공하여 찾는 재미를 주었다. 여기에 쓰인 우리의 역사 지도는 1530년 이행 등이 그린 <팔도총도>, 1744년 영국왕실이 제작한 <마르코 폴로의 여행지도>, 1432년-1454년 편찬이 된 <세종실록> [권153] 지리지 등이다.

이 자료를 통해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부분들을 되짚어 보았다.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 한문으로 죽도(竹島)라고 하며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부분을 다뤘다. 그들은 고지도에 드러나 있는 우산국을 죽도라고 하고, 동해를 송해라고 하는 부분을 보여주며 찾게 했다. 또한 독도를 갖기 위한 야욕을 보이는 일본은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 표현하고 각 지도에 계속해서 표기하며 자신들의 영해라고 국제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그런 현실을 녹여내 틀림그림찾기에 배치한 것은 놀라웠다. 정준하는 찾다가 말고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에 열을 내며 한마디 한다. "이거 이거 잘못됐잖아! 이게 어떻게 씨 오브 재팬이야? 이것들이 미쳤나!"라며 말해 웃음과 함께 시원함을 준다. 독도문제 뿐만 아니라 중국의 동북공정까지도 비판해 주는 무한도전은 백두산이 장백산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한 디스까지 숨겨놓아 찾게 했다.

하나의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힌트를 얻은 멤버는 영문자 i 와 h, b를 얻게 되며 층을 내려와 미션을 수행한다. 이 미션 수행에는 국제수로국(International Hydrographic Bureau)의 약자인 'IHB'가 쓰였고, 이들은 <독도는 우리땅> 가사를 다섯 명 모두가 써 각자 국제수로국에 이메일(wpe@ihb.mc)로 보내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국제수로국에 메일을 보내는 것이 중요했던 이유는 국제수로국 IHB에서 2002년 낸 <바다와 해양의 경계>라는 책(나라마다 다른 해역의 이름을 쓰는 것을 통일하자는 취지의 책)에 우리나라가 동해로 바꾸려 했지만, 일본의 끈질긴 총력로비에 결국 실패한 것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무한도전 내 1인자인 유재석을 붙박이 역할로 선정하여 못 움직이게 해놓고, 그 메시지에 지금 현재 어떠한 부분에도 노력하지 않는 한 나라의 1인자 대통령을 은근히 풍자하여 캐릭터를 박아놓은 것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신랄한 배치이기에 현실이 더 씁쓸하게 다가왔다. 오히려 유재석은 계속해서 미션에 참가하고 싶어 하지만, 하지 못하게 하고, 멤버들에게 왜 자꾸 재석이 형은 미션에 참가하지 않냐는 소리를 들을 때 유재석은 답답해서 미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하나, 그것이 우연으로 나온 말일지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노홍철의 홍카가 폭파된 이후 한 말에서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인데, 홍철은 "어떻게 내가 보는 앞에서 차를 폭파시킬 수 있어!"라고 한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바라보는 곳에서 독도가 통째로 넘어가는 꼴을 바라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서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위험한 것은 당연하다. 언제까지 수수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우리 땅을 잃는 아픔을 겪지 않으려면 스스로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국가적 노력이 절실할 때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예능프로그램에서 하고 개인이 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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