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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막과 홍수를 만들어내는 언론 출입처 관행[간담회] 한국 언론 중심에 있는 '출입처' 연구…"한국 기자는 기자실 차지한 주둔자"
윤수현 기자 | 승인 2020.11.18 22:59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외신 기자들은 한국 기자를 ‘주둔자’라고 표현한다. 출입처 기자실 자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 언론의 출입처 관행과 관련해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한국 기자들이 출입처에 얽매여 분석력 있는 기사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보도자료 기사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기자들을 출입처에 보내지 않고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하는 가디언·로이터·뉴욕타임스·아사히신문 등 외신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박재영 고려대 교수·허만섭 국민대 교수·안수찬 전 한겨레 기자는 지난달 31일 국내 주요 언론사의 출입처 제도와 취재 관행을 분석한 '언론사 출입처 제도와 취재관행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박 교수는 18일 열린 ‘KPF(한국언론진흥재단) 오찬 간담회’에서 출입처 귀속 현상이 심각하다며 “이제 출입처 관행을 바꿀 때가 됐다”고 했다. 

국방부 기자실 (사진=연합뉴스)

이들 연구진은 국내 종합일간지 ㄱ사, 경제일간지 ㄴ사, 지상파방송 ㄷ사의 출입처 기자 배치 현황을 공개했다. ㄴ사 기자 중 출입처 기자는 81.7%에 달했다. ㄷ사는 70.4%, ㄱ사는 67.2%다. 5년차 이하 기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ㄷ사 92.8%, ㄱ사 91.3%, ㄴ사 70.0% 순이다. 저연차 기자 대다수가 출입처에 속해있는 것이다.

출입처 기자의 업무는 ‘쏟아지는 자료’와 ‘디지털 순회 취재’로 대표된다. 인터뷰에 응한 A기자(전자·통신·IT 담당)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부처와 삼성전자·LG전자·네이버·카카오 등 기업을 출입하고 있다. A기자 출입처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는 하루 10건 이상이며 기자회견·간담회는 1주일에 2차례~3차례 열린다. A기자는 “대기업 보도자료 중심으로 살피고 나머지는 건너뛴다”면서 “전자업계 시장 전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이슈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국토교통부를 출입하는 B기자는 “항공사나 코레일 등 교통 분야 기사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동산 관련 이슈 때문에 교통 문제를 챙길 수 없다는 것이다. B기자는 “국토교통부 출입 기자가 120명이 넘지만 대부분 부동산 기사만 쓴다”면서 “이건 비극이다. 출입처마다 보도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를 출입하는 C기자는 SNS 등 온라인에서 주목받는 정치인 관련 기사를 하루 2차례~3차례 작성한다. C기자는 “네이버에서 조회 수 많이 나오는 기사를 써야 한다”면서 “심지어 네이버에서 조회 수 많이 나오는 타언론사 기사가 있으면 똑같은 기사를 써야 한다. 제목만 잘 바꾸면 조회 수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인데, 선무당이 사람 잡고 있다”고 말했다.

출입처 관행은 뉴스 사막과 뉴스 홍수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박재영 교수는 “출입처로 일이 몰리다 보니 뉴스 사막화가 발생한다”면서 “각 사는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만 반복적으로 다루고 그렇지 않은 주제에 관한 기사는 적게 다룬다. 한국 언론의 비극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다수 언론사는 특정 이슈에 다 달라붙어서 기사를 쓰고 있다”면서 “다 쓰는 기사를 처리한다고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 상황은 한국과 비교된다. 가디언 기자 중 출입처 기자는 30명~50명으로 전체의 5%~10% 수준이다. 다수 기자는 현장에서 일한다. 교육 담당 기자의 경우 영국 교육부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고 대부분 시간을 학교 등 교육현장에서 보낸다. 보도자료는 10개 중 1개를 기사화한다. 가디언 기자는 연구진과의 인터뷰에서 “보도자료는 기사가 아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국방부·대법원 등 주요 기관에 출입 기자를 상주시키고 대부분 기자를 현장으로 보낸다. 기자들은 자신이 속한 구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취재대상으로 삼는다. 아사히신문은 신입기자를 5년 동안 지역 주재 기자로 보내 현지 발생 사건을 취재하게 한다. 

한국 언론과 외신의 보도자료 처리 방법은 차이점을 보인다. 박 교수는 “외신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내보내지 않는다”면서 “기자마다 독자적 해석을 붙인다. 한국 언론은 보도자료를 소개하지만, 외신은 독자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언론은 기관을, 외신은 사람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허만섭 교수는 “미국 교육 전문기자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정부·학교 보도자료를 기사화하지 않는다”면서 “비대면 수업 상황에서 계층별 소득 격차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등 사람을 취재한다. 쉽게 말해 외신은 정부 말을 그대로 기사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출입처 관행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되지 않았다. 관행을 바꾸기 위해선 언론계 내부 자성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다들 (출입처 관행을 바꿔야 하는 것을) 알면서 안 해왔던 것”이라면서 “이제 언론사 내부에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대형 언론사 중 한 곳이라도 출입처를 박차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한국 언론은 온실 속에 있다”면서 “언론이 독자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개선책으로 ▲회사 차원에서 심층 기사 작성 권유 ▲온라인 기사 작성 전문인력 고용 ▲출입처 파견 축소 ▲기관의 정보공개제도 현실화 등을 제안했다.

한편 “언론사가 연합뉴스 등 통신사 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출입처 관련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승표 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차장은 “언론사는 통신사 전재 계약을 통해 기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통신사 기사로 지면을 막고 기자들은 출입처를 통해 독창적 취재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철훈 언론재단 미디어본부장은 “통신사 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현재 통신사는 일반 매체와 경쟁하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언론사 기사를 지면에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연합뉴스가 B2C 사업에 나서기 전에는) 연합뉴스가 기사를 송고하면 언론사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연합뉴스 기사가 포털에 바로 나와 (통신사의) 정보제공 역할이 깨졌다. 통신사와 언론사 간 불신·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KPF 오찬 간담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18일 서우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박재영 교수, 허만섭 국민대 교수, 안수찬 전 한겨레 기자, 김철훈 언론재단 미디어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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