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자 정부·여당에 온전히 책임을 돌리는 보수언론 보도가 이어진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일정부분의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윤 총장의 정치적 행보를 비판하거나 검찰 수장이 유력 대권후보에 오른 비정상적 상황을 직격하는 보도는 보수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달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보도에서 '야성', '짐승', '숙명' 등의 수식어로 윤 총장의 존재감을 띄우는데 공력을 쏟았던 언론은 윤 총장이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에 집중했다.

12일 중앙일보는 사설 <지지율 1위 윤석열… '정치 이대론 안 된다'는 뜻이다>에서 "전 정권 관련 수사 땐 정의로운 검사라고 치켜세우더니 자신들에게 칼날이 향하자 적폐 검사로 모는 여권의 자가당착이 윤 총장을 밀어 올린 강한 힘"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현직 검찰총장이 정계에 진출하거나 강력한 후부로 꼽히는 게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윤 총장은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도 없다"면서 "그럼에도 지지율이 치솟고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힌 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갈증이 강렬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23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 후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봉사)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느냐"고 묻자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당시 주요 보수언론에서마저 윤 총장 본인이 처음으로 '정계 진출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총평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갑갑하고 마땅한 출구 하나 없는 현실 속에서 새 정치를 원하는 유권자의 기대가 섞인 희망 찾기"라면서 "그의 대선 도전 여부를 떠나 정치권은 윤석열 현상을 곱씹어 보고, 정치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기사 <윤석열 현상 왜>에서 "현 정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이끌었던, 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검사로선 아이러니한 행로"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대면서 사실상 여권의 융단폭격이 이어지고 윤 총장 스스로 '식물총장'이라 할 정도로 내몰리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팔면봉' 코너에서 "윤석열 대선 지지율 1위 오르자 與 총공세. 현직 검찰총장이 모든 정치인 제친 희한한 세상, 여권의 自業自得"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현직 검찰총장이 지지율 1위, 與·秋가 만들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는 '윤 총장 1위'에 대한 여야의 반응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민주당에서는 윤 총장을 평가절하는 모습과 함께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당내주자가 없는 국민의힘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모습과 함께 충청권·수도권 의원들이 반기고 있다는 내용이다. 윤 총장이 서울 태생이고, 그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이 부연됐다.

반면 언론 일각에서는 현직 검찰총장의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일보는 사설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 지지율 1위, 정상인가>에서 "물론 정부·여당이 자초한 일"이라면서도 "이 상황에 윤 총장은 지난달 국감장에서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밝혀 현실적인 후보가 됐다. 이후 법무연수원 강연에서 '살아 있는 권력의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 '검찰의 주인은 국민' 등 발언을 한 것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만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는 위험한 일이다. 법에 따라 공정하고 단호해야 할 검찰 수사가 중립성을 잃을 수 있고, 그렇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며 "당장 추(미애) 장관은 11일 국회 예결위에서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때 각하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수사를 대전지검이 착수한 것을 두고 '정치적 목적 수사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추 장관의 윤 총장 비판은 줄곧 도가 지나쳤지만 이제는 이유 있는 비판이 됐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사설 <검찰총장이 대권지지율 1위라는 블랙코미디>에서 "먼저 윤 총장의 정치적 언행이 그를 대선 주자 반열에 우뚝 세웠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윤 총장이 국감에서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게 영향을 미쳤다. 윤 총장은 이후 지방 검찰청을 순시했고, 이런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 채널 ‘검찰TV’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며 "'우리 총장님' '총장님 파이팅' 등을 외치는 검찰 식구들 앞에서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연설하는 그의 모습은 유력 정치인이 북콘서트 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올 초 한때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했던 윤 총장은 언제부턴가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지지율 상승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 장관과 윤 총장에게 한 '공개 경고'를 주요하게 다루면서 윤 총장 비판에 무게를 실었다. 한겨레는 사설 <정 총리 '공개 경고', 장관·총장은 무겁게 새겨야>에서 "특히 윤 총장은 자숙해야 한다.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말하지만 스스로 '정치인'처럼 행동하며 검찰조직을 정치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총리가 '검찰총장 자숙·법무장관 품위' 거론하는 현실>에서 "윤 총장은 숫제 정치를 하고 있다"며 "대검 국감 이후 윤 총장의 모든 언행, '윤석열 사단'의 모든 수사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계진출 가능성을 시사한 순간, 윤 총장은 검찰총장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썼다.

한편, 조선·동아일보 등은 윤 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전시기획사 부당 협찬 수수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 영장이 전부 기각된 것을 두고 '공작', '검찰개혁 대상'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통째로 기각된 尹총장 아내 압수 영장, 수사 아닌 공작>에서 "수사는커녕 당연히 각하해야 할 사안을 수사한다며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윤 총장을 압박해 정권 비리 수사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잇단 서울중앙지검 무리수, 이런 행태가 진짜 검찰개혁 대상>에서 "그간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대해서는 갖가지 방법으로 수사 확대를 저지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성윤) 지검장이 윤 총장과 관련된 사건에는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는 배경에는 윤 총장을 내치려는 여권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그러나 판사 출신인 김윤우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이 '통째 기각'은 이례적이고,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가 사안과는 맞지 않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압수수색 영장에서 보통은 대상이나 장소나 이런 방법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일부 기각은 왕왕 있는데, 압수수색 필요성은 지금 압수 안 하면 증거가 없어질 거라는 건 쉽게 예상가능하기 때문에 전부 기각은 잘 없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11일 김건희씨 회사의 세무당국 과세 자료를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확보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결국 장부나 통장이나 PC에 있는 파일자료 같은 걸 직접 못 보니까 세무당국에 신고 된 자료만 일단 그거라도 확보하기 위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를 받은 건데, 발부 받았다는 얘기는 압수수색 필요성이나 범죄사실 혐의가 인정됐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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