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전태일 열사 50주년을 하루 앞두고 서울신문이 12일 자 1면을 올해 야간 노동으로 사망한 148명의 부고 기사로 채웠다.

‘아무도 쓰지 않은 부고’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는 지난 4월 공장에서 불을 끄다 쓰러진 채 발견된 골판지 제조업체 노동자, 3월 원료 투입 작업 도중 추락사한 담배제조 노동자, 8월 지계차의 포크와 바닥 사이에 끼어 숨진 생산직 노동자, 경사로에 정차된 차량에 밀려 사망한 제조업체 연구원, 배달 중 버스와 충돌해 사망한 배달노동자, 도크 게이트 주변을 순찰하다 추락사한 조선소 야간경비원, 과로사한 아파트 경비원, 폭언으로 사망한 대형마트 계산원, 과로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요양보호사 등의 부고가 담겼다.

서울신문 12일자 1면 보도

서울신문은 “산재 야간노동자 148명 (사고, 과로, 질병 등)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정보를 모아 부고 기사로 이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위험성 등을 전한다”고 밝혔다. 야간노동자 사망 소식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새벽까지 재봉틀을 돌렸던 전태일, 2018년 12월 11일 목숨을 잃은 김용균씨는 모두 야간 노동자였다”며 “오는 13일은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이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여 참혹한 노동현실을 세상에 알린 지 꼭 50년이 되는 날로 우리 노동 환경은 50년 전보다 얼마나 좋아졌을까”라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근로복지공단과 산업안전보건공단의 2020년 1월에서 6월 산업재해로 판정된 사망자 1101명에 대한 질병판정서와 재해보상 의견서를 데이터로 변환시켜 148명의 야간노동자 사망 경위를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근로기준법 제56조에 규정된 야간노동 기준(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 근로)을 적용했다. 그 결과 6개월간 우리가 잠든 사이 산재로 숨진 야간노동자는 148명에 달했으며 대부분은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렸다.

서울신문 12일자 4,5면에는 '달빛노동 리포트'가 보도됐다.

서울신문은 2, 4. 5면에 ‘달빛노동 리포트’를 이어갔다. 4면에는 야간 노동자의 사회적 손실 비용을 산출한 결과를 전했다.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교 교수와 최은희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팀이 공동으로 고용노동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8년 산업재해·진료비 지표 등 19개 항목에 대한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야간 노동의 사회적 손실 비용은 2조 6359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조 4700억 원 규모를 야간 노동자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노동은 국제노동기구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지만 아직까지 야간 노동자들의 질병이나 사고에 따른 손실 비용이 제대로 분석된 사례는 없었다.

5면에서 야간노동자의 위험한 작업 환경을 다뤘다. 화물 지게차 밑에 깔려 사망한 노동자는 어두운 작업환경과 보행자 전용 통로 미확보, 현장 작업 지휘자 부재 등 3무가 낳은 인재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판정했다. 탐사기획팀은 산업주가 주의를 기울였다면,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따랐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지적했다.

과잉노동 역시 야간 노동자 사망의 주 요인이었다. 지난해 1월 19일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숨진채 발견된 경비원의 경우, 사망 직전 일주일간 88시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신문은 “노동자 쥐어짜는 24시간 격일 근무제”를 지적하며 그로 인해 신체·정신적 긴장감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면에 담지 못한 부고는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링크 )에 담았다. 해당기사는 탐사기획부 안동환 부장을 필두로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가 참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