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U-20(20세 이하)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던 홍명보호가 이제는 올림픽대표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또 다른 큰 도전을 앞뒀습니다. 바로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그 무대입니다. 홍명보호가 오늘(21일) 저녁, 경남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리는 오만과의 최종예선 1차전을 통해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이미 오만과 한 번 평가전을 치러서 이긴 적이 있는 홍명보호는 첫 단추를 잘 꿰고 기분 좋은 순항을 이어가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위업을 달성해내려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우리 대표팀이 잘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 응원은 우리나라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을 통해 홍명보호는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며 계속 해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도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깁니다.

▲ 21일 오만과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3차 예선을 앞둔 올림픽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4일 파주 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팀 훈련에서 홍명보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성인 축구대표팀에는 해외파 선수들이 많습니다. 박지성, 이영표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지만 주장 박주영을 비롯해 지동원, 구자철, 기성용 등 다른 주축 선수들 역시 해외파로 짜여져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국내파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이용래(수원), 홍정호(제주), 정성룡(수원) 등이 베스트11에 포진해 있다지만 조광래호 출범 이후 점점 높아지는 해외파 비중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파가 많은 홍명보호의 선전은 아주 중요합니다. 현재 21명 선수 가운데 12명이 K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3명은 대학 선수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내파만 15명으로 전체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원래 홍명보호는 지동원, 구자철 등이 주축으로 활약할 수 있지만 유럽 무대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소속팀 사정 등으로 차출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은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고 비교적 차출이 용이한 국내에서 새로운 자원을 찾기에 주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와 비교했을 때 절반가량이 물갈이 됐으며, 이를 대부분 국내 자원들로 채웠습니다. 여기에는 최근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고무열(포항), 김현성(대구), 콜롬비아 U-20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백성동, 장현수(이상 연세대) 등도 포함됐습니다. 이러한 국내파 선수들이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 경험을 통해 좋은 활약을 펼치고 기량 향상도 이끌어 낸다면 홍명보호의 좋은 결과 뿐 아니라 성인대표팀의 경쟁력 강화에도 충분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009년 이후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홍명보호가 본선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 뿐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 진보를 이뤄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홍명보호는 특출한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스스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U-20 월드컵 8강,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최상의 성과는 아니었다 할지라도 매번 큰 대회에 나설 때마다 성과를 내는 홍명보호의 진보는 충분히 좋은 평가를 할 만합니다. 그런 홍명보호가 새로운 도전에서도 성과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 모릅니다. 구자철, 김보경 등을 키운 홍명보호가 이번 최종예선을 통해서도 새로운 자원을 키우고 기술, 조직력 면에서 특출 난 무언가를 보여준다면 한국 축구에 새로운 희망을 안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동 팀과의 잇단 대결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도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축구를 조금이라도 우습게 알 수 있는 중동, 서아시아 축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지난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중동 축구의 몰락, 동아시아 축구의 상승세는 아시아 축구의 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 자금력으로 나름대로 축구를 키우고 있다는 중동은 여전히 한국 축구를 우습게 아는 경향이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첫 대결을 갖는 오만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을 대표하는 나라들과 연달아 대결을 펼치는 마당에서 기왕이면 모두 좋은 경기력을 펼쳐 이기는 경기로 더 이상 한국 축구를 우습게 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홍명보호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일 것입니다. 이는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서 홍명보호와 마찬가지로 모두 중동팀들과 대결을 펼치는 '형님' 조광래호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홍명보호의 올림픽 본선을 향한 도전은 시작됐습니다. 3차예선에서 홍명보호는 요르단에 잠시 혼쭐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잠재운 지 오래고, 새롭게, 힘차게 출발할 일만 남았습니다. 지난 두 번의 인상깊 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종예선에서 순항을 거듭하는 홍명보호 올림픽축구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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