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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비혼 택하고 싶어지는 아이러니, 감동 육아담으로 역전시킬 수 있을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11.04 13:00

[미디어스=이정희] 남자들 서넛만 모이면 군대 얘기로 날이 샌다면, 여자들 역시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면 우여곡절의 롤러코스터가 끝없이 펼쳐진다. 세상에 '거저' 아이를 낳고 기른 엄마가 어디 있으랴. <산후조리원> 2회 마지막, 사랑이 엄마 조은정(박하선 분)의 말처럼 엄마들은 매일 밤 저마다의 육아 애환으로 눈물 흘린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그 우여곡절 많은 출산과 육아담이 tvN의 미니시리즈로 왔다. 바로 <산후조리원>이다. 

드라마는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인 42세 오현진(엄지원 분)이 재난과 같은 출산과 조난과 같은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거쳐 조리원 동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조난과도 같은 모유 수유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

조난과 같은 산후조리원 적응기라는 취지에 걸맞게, 2회 펼쳐진 오현진의 '수유' 에피소드는 눈물겹다. 42살의 나이임에도 무사히 아이를 출산하고 딱풀이 엄마가 된 오현진, 그런데 아이를 낳기만 하면 다 된 줄 알았는데 '조난'급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모유 수유'. 갖가지 출산과 관련된 줄임말들이 난무하는 수유실에서 여유롭게 수유를 기다리던 현진. 하지만 현진이 타고난 유방의 모양이 수유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데다가, 첫 수유로 엄마 현진이 긴장한 탓에 수유가 여의치 않다. 엄마 젖을 물던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자 수유실의 직원은 ‘다음 기회에’라며 엄마 현진을 밀쳐낸다. 

현진이 그리던 로망, 아이를 품에 안고 우아하게 젖을 물리는 장면은 아이를 낳아 젖을 먹여 본 엄마들이라면 '판타지'라는 사실을 다 알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젖을 먹인다는 그 만고불변의 진리가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는 허들 경기와 같다는 것을. 현진처럼 유방의 모양이 수유에 적절한가부터 젖이 차올라 젖몸살을 앓거나, 부족해서 아이가 늘 허기져서 애가 닳고, 처음 해본 수유에 젖이 너덜너덜해지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의 여정이 되기 십상이다. 

드라마는 이런 고난의 여정을 42살에 노산을 한 직장맘 현진과 전업주부 사랑이 엄마 조은정을 둘러싼 산후조리원의 미묘한 갈등으로 치환한다. 

이미 쌍둥이 2명을 출산한 사랑이 엄마는 쌍둥이 2명을 21개월까지 모유 수유로 키운 육아계의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로 산후조리원 산모들에게 칭송받는다. 엄마들은 모여 태교와 모유 수유의 장점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더하는데, 그런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직장맘 현진은 바쁜 직장 생활에 태교랄 것도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좀비 영화를 보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양수가 터지도록 일했던 자신을 떠올린다. 

그때까지도 최연소 임원이 된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찼던 현진. 그러나 그녀의 자부심은 자신의 젖을 거부하는 아이 딱풀이의 자지러지는 울음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거기다 사랑이 엄마에게 아부까지 마다하지 않는 산후조리원 동기들을 비웃으며 결국 '직장맘'과 '전업맘'을 둘러싼 감정 충돌로 사랑이 엄마와 갈등까지 빚게 되며 졸지에 산후조리원의 왕따가 되고 만다. 

직장맘 vs. 전업맘?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

드라마는 지금까지 직장맘에 대해 그래왔듯이, 최연소 임원까지 올랐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있어서는 '젬병'인 캐릭터로 오현진을 그려낸다. 자신의 유방 모양에 대해서도 무지하며, 그런 유방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데 난항을 겪었을 때도 그저 짜증을 내고 당황하기만 하는 '생초보' 엄마로 그려낸다. 

그런 현진을 산후조리원 원장이 소환하여, 육아 9단 사랑이 엄마와의 화해를 주문한다. 마치 직장맘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같은 학교 또래 엄마들과 교류를 통한 정보를 얻지 못해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케어할 수 없다는 기존 드라마의 에피소드를 산후조리원이라는 배경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있어 직장맘은 무지하며 전업주부는 유능하다는 이분법적 논리로 갈등을 만들어 낸다. 물론 이 갈등은 결국 '모유 수유'를 하고 싶다는 현진의 절대 항복을 통해 쭈쭈젖꼭지 정보 공유라는 '눈물 어린 미담'으로 해결된다. 

모든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눈물로 밤을 지샌다는 사랑이 엄마의 교시와, 그녀가 은혜처럼 나누어 준 '쭈쭈 젖꼭지'로 마무리된 에피소드를 보고 난 후 시청자들은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을까?

드라마 속 산후조리원은 군대와도 같다. 엄마의 젖이 낯설어 우는 아이를 냉큼 데려가 버린다. 졸지에 엄마는 수유의 도구가 된 듯 처리된다. 기계적인 수유 시스템에 초보 엄마 현진은 무기력하게 KO패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직장을 다녀야 하는 엄마는 심지어 육아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책임한 엄마로 산후조리원 동기들은 묘사한다. 물론 이후에 이런 오해에 대해 풀어갈 여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2화에 있어서 현진은 '죄인' 취급을 당한다.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이 되어야 하는 직장맘. 그런데 왜 직장맘은 검색조차 하지 못하는 생초보로 그려낼까. 최연소 임원까지 오르는 등 일에 있어서는 유능하지만 엄마로서는 무지하다는 '전형'을 드라마는 다시 한번 재생한다. 

결국 육아에서 나보다 먼저 아이를 낳은 엄마들의 경험이 중요하고, 같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막상 드라마를 통해 들어오는 메시지는 저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할까라는 두려움이다.

tvN 월화드라마 <산후조리원>

산후조리원은 집에서 조리하는 것보다 과학적이며 편리하다는 이점을 내세운 체계화된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에서 생초보라는 이유로, 직장을 다녀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조난의 경지에 몰리게 된다면, 과연 그 '조난'을 기꺼이 감수하며 아이를 낳고 싶을까.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겨우 2주에 불과한 산후조리원의 과정임에도 직장맘과 전업주부라는 이분법적인 갈등을 통해 출산의 어려움을 풀어내려 한다는 건 아이를 낳는 것만으로도 '선택'의 기로에 놓인 많은 가임 여성들에게 지옥도를 엿보게 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남편의 모습은 앱 개발 스타트업 CEO라는 직책이 무색하게 무능력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엄마와 아빠가 함께해야 한다고 하면서 막상 드라마에서 수유의 문제는 온전히 현진만의 문제가 되고, 현진과 그 주변 엄마들이 해결할 인간관계가 되며, 아빠인 도윤(윤박 분)은 산후의 달라진 상황에 짜증을 내는 아내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눈치 없이 구는 걸림돌처럼 취급된다. 아빠가 바빠서 함께할 수 없는 상황도 아니고 자신의 일도 전폐하고 산후조리원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데도 여전히 육아의 전적인 책임과 과업은 엄마의 몫이다. 

출산 후 편하게 조리하려고 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다시 한번 '조난'이 되고 마는 산후조리원의 에피소드. 리얼한 경험담을 배경으로 했다지만, 어쩐지 보고 나면 아이를 낳고 키우기보다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드라마 <산후조리원>. 과연 이 '무자식 상팔자'의 소견을 '감동적인 육아담'으로 역전시킬 수 있을까?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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