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할리우드에는 <아바타> 이후로 3D 영화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영화까지 꼭 3D로 봐야 해?"라는 불만이 생길 정도입니다. 시대와 기술력의 변화에 따라 2D에서 3D로 전환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셀 애니메이션이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대체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관객으로서는 더 비싼 관람료로 인해 선택권이 없어짐에 불만이 생기는 것도 당연합니다. 결국 제작사의 수입 증대를 위해 강요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어쨌든 수많은 3D 영화가 쏟아지지만 가장 확실한 효과를 가진 건 뭐니뭐니해도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미 개봉하여 흥행에서 성공한 애니메이션을 3D로 변환해 재개봉하는 일이 잦아질 전망입니다. (사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 영화도 몇몇 3D로 재개봉할 예정입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이 대표적입니다)

1994년에 개봉하여 북미에서만 3억 불 이상의 수입을 올린, 역대 애니메이션으로는 6위의 기록을 가졌던 <라이온 킹>이 3D로 재개봉해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재개봉한 영화가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건 1997년의 <스타워즈: 제다이의 귀환> 이후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라이언 킹 3D>가 벌어들인 수입은 역대 9월에 개봉한 영화로는 5위에 해당하는 진기록입니다. 그리고 2009년에 <토이 스토리 1, 2>가 3D로 재개봉하여 올린 수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 많습니다. <라이언 킹>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군요.

<라이언 킹>은 이미 2002년에 아이맥스로도 재개봉한 바가 있습니다. 당시와 지금의 수입을 더해 <라이언 킹>은 역대 애니메이션 중에서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갖게 됐습니다. (당연하게도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으로는 역대 1위입니다. 이후로는 거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대세였죠) 현재까지의 1위는 <슈렉 2>, 2위는 <토이 스토리 3>입니다. 2위와의 격차가 약 6천만 불이라 순위를 앞지르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할까요?

2위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모처럼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폭발한 영화 <컨테이젼>입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뒤덮은 세상을 다룬 이 묵시룩적인 영화는 1위로 데뷔했으나 2주차에 <라이언 킹 3D>에게 밀렸습니다. 사실 제가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폭발했다고 표현했고, 호평도 얻고 있지만 흥행이 굉장히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현재의 극장가가 워낙 비수기인 탓인지 제작비 6천만 불을 아직 돌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동치가 -35%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다행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번 주에 개봉하죠? 스티븐 소더버그의 재기발랄한 연출이 이번엔 어떻게 빛을 발했을지 궁금합니다.

주목할 만한 영화가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3위로 데뷔했습니다. 라이언 고슬링과 캐리 멀리건의 신작인 <드라이브>는 일찌감치 지난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큰 호평을 얻었던 영화입니다. 호평 정도가 아니라 덴마크 출신의 감독인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이 영화로 칸 영화제 감독상까지 수상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다는 건, 모르긴 몰라도 결코 흔한 케이스는 아닐 겁니다. 현재 'IMDB'와 '로튼토마토'에서도 각각 8.8과 92%(!)의 고점을 획득하고 있어서 한껏 기대를 부풀리고 있습니다. 다만 그에 비하면 흥행은 조금 아쉽군요.

제임스 샐리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드라이브>는 스턴트 드라이버인 주인공이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가 빚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은 휴 잭맨을 대신하여 <드라이브>에 주연으로 낙점된 후에 직접 감독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얻었습니다. 그리하여 닐 마샬을 밀어내고 니콜라스 빈딩 레픈이 연출하게 됐습니다. (그의 전작 중에는 톰 하디가 주연한 <브론슨>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라이언 고슬링의 안목과 판단이 탁월하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현재 제가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코너에서 '자동차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라는 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후편이 등록될 예정인데, 진작 이 영화를 보게 됐더라면 목록에 포함시켰을 것 같군요.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자동차 액션의 명작으로 꼽히는 <블리트>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죠!?

<드라이브>의 예고편입니다.

오호~ 롱런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하긴 했지만 진짜 <The Help>가 여태 미국 박스 오피스 상위권에 있군요! 여전히 변동치가 낮고 현재까지의 수입은 1억 4천만 불을 돌파했습니다. 제작비의 약 6배 정도인가요? 이것으로 엠마 스톤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신세대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이지 에이>를 보신 분들이라면 엠마 스톤의 매력과 연기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시대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서 저도 이 영화가 보고 싶습니다.

5위는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싸이클롭스' 제임스 마스덴의 신작 <Straw Dogs>입니다. 이 영화는 샘 페킨파가 1971년에 연출하고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했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고든 윌리엄스의 소설 'The Siege of Trencher's Farm'이 원작) 40년이 흘러 <라스트 캐슬, 거짓 혹은 진실>의 로드 루리 감독이 리메이크했으나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저조합니다. 개봉 첫 주말에 500만 불에 그쳤고 관객 평점도 평균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Straw Dogs>는 시나리오 작가인 데이빗과 부인 에이미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번잡한 도시를 피해 에이미의 고향으로 향하는데, 평화로워 보이는 겉모습과는 주민들의 달리 곱지 않은 시선과 불화가 발생합니다. 급기야 에이미의 전 애인인 찰리가 에이미를 강간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제임스 마스덴은 데이빗을, 데이빗의 아내는 케이트 보스워스가 연기했습니다. 에이미를 강간하는 인간말종은 알렉산더 스카스카드의 역입니다.

수학자가 시나리오 작가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이야기는 40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포스터는 완전히 똑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샘 페킨파의 오리지널이 다소 폭력적인 영화라 지금은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Straw Dogs>의 예고편입니다.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예고편을 보니 또 달라지네요. 이런 류의 영화는 좀 불쾌하긴 하지만, 언제나 통쾌한 복수는 극렬한 쾌감을 안겨주기 마련이니까요. 케이트 보스워스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아이콘인 사라 제시카 파커의 <I Don't Know How She Does It>이 6위로 데뷔했습니다. 사라 제시카 파커는 근래에 <섹스 앤 더 시티> 극장판을 제외하면 스크린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피플,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 등이 흥행에서 부진했고, 이 영화도 개봉 첫 주말 성적에서 450만 불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관객 반응이나 비평 역시 흥행 성적만큼이나 형편없는 결과를 보이고 있네요.

<I Don't Know How She Does It>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는 금융가이자 헌신적인 어머니이며 행복한 부부로 등장합니다. 낮에는 커리어 우먼으로 활약하고 밤에는 가정에도 충실한 그런 알파 여성이죠. 그녀를 중심으로 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여성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어째 <섹스 앤 더 시티>와 비슷한 코드를 가진 영화로 보이지 않나요? 제목과 참 잘 어울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앨리슨 피어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I Don't Know How She Does It>의 예고편입니다.

7위는 <타이탄> 이후로 잠잠했던 샘 워딩턴의 <The Debt>입니다. 이미 개봉 3주차에 이른 영화로 현재까지 제작비 2천만 불을 넘어선 걸로 보아 흥행에서 크게 성공한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찾아 보니 개봉 첫 주말에 약 1,200만 불의 수입과 함께 2위로 데뷔하긴 했었군요. 잠깐만요! <아폴로 18>도 그 사이에 개봉한 겁니까?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The Debt>는 이스라엘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요원 세 사람이 2차 대전의 전범을 찾아 베를린에 파견되어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습니다. 이 전범은 '비르케나우'에서 유대인의 인체실험을 자행했던 자로 이스라엘에서는 그를 잡아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려고 합니다. 신작은 아닌 관계로 예고편은 생략하겠습니다. 줄거리도 건너뛰려다가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까 봐 첨부합니다. 몇 주 자리를 비우고 소개하려니 이런 게 힘들어요.

톰 하디의 <워리어>는 흥행이 신통치 않네요. 2주차까지 1천만 불도 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전직 해병이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훈련을 거쳐 이종 격투기 대회에 나가 형과 맞대결한다는 내용입니다. 톰 하디가 주인공인 토미이며 그의 아버지로는 닉 놀테가, 형은 조엘 에거톤이 연기했습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도 오래도록 미국 박스 오피스 10위권에서 머물고 있군요. 현재까지의 수입은 북미에서 약 1억 7천 2백만 불,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속편 제작에 일찌감치 파란불이 켜졌겠군요.

<콜롬비아나>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오래 버텼네요. 4주를 '오래'라고 표현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튼 4주 동안 버틴 것에 비해 흥행 수입은 부진합니다. 제작비 4천만 불을 넘어서질 못하고 다섯 계단을 곤두박질쳤습니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나라도 있겠으나 현재까지의 전 세계 수입도 약 4,700만 불에 그치고 있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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