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 스포츠 캐스터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애정 스캔들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주인공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의 투수 임태훈이 1군 무대를 떠난 지 4개월여 만에 1군 실전 마운드에 올라 복귀전을 치렀다.

임태훈은 지난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페넌트레이스 경기에 팀이 10-2로 앞서고 있던 9회 초에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임태훈이 마운드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1루 측 두산팬들은 일어나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낸 반면 3루 측 롯데팬들은 야유를 보내는 상반된 장면이 연출했다.

환호와 야유 속에 연습투구를 마친 임태훈은 모자를 벗고 1루 측과 3루 측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첫 타자 장성우와 상대하는 것으로 4개월만의 복귀전을 시작했다.

▲ 두산 임태훈 선수ⓒ연합뉴스

임태훈은 1군에 복귀하기 전 두산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팬들을 걱정시켜드려 죄송하다는 취지의 사과문이었다. 그러나 사과문 어디에도 자신과의 스캔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인에 대한 진심어린 추모 내지 사과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스캔들이 터지고 스캔들 속 당사자인 상대 여성 아나운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임태훈의 태도는 어땠나.

그는 철저히 구단의 등 뒤에 숨어 이리저리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니다 슬그머니 훈련소에 입소해 병역문제를 해결했고, 이후 다시 두산 2군에 복귀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등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생활을 이어갔다. 임태훈에게나 두산에게나 이번 사태는 그저 '넘어졌으니 쉬어가야 하는 시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또 복귀를 앞두고 두산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은 그저 자신의 복귀를 정당화 시키는 선언문이자, 두산 구단으로부터 받은 면죄부에 다름 아니다.

그가 마운드로 걸어 올라가는 모습을 본 두산 팬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왜 이런 장면이 연출됐는지, 누가 이와 같은 침묵의 카르텔을 조장 내지 방조했는지 짐작되고 남음이 있다.

하지만 임태훈의 복귀가 알려진 이후 복귀전을 치른 지금까지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는 곳은 바로 인터넷 공간이다.

임태훈의 복귀와 관련, 이른바 '제도권 언론'이라는 곳에서는 사실상 임태훈의 복귀에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복귀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극히 원칙에 충실한 사실보도'에 충실하고 있는 반면, '비제도권 언론'이랄 수 있는 블로거들 대다수는 이번 임태훈의 복귀가 부도덕하고 정당하지 못하다는 포스팅을 쏟아내고 있다.
고인의 동료였던 MBC 스포츠플러스의 김민아 캐스터가 방송 중에 '야구선수는 야구만 잘하면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장한 힐난을 보낸 것이 제도권 스포츠 언론이 임태훈과 임태훈에게 면죄부를 안긴 두산 구단에 보낸 사실상 유일한 쓴 소리이자 까칠한 반응이다.

임태훈의 복귀가 발표되고 그가 복귀 전를 치른 지금까지 그 어떤 언론에서고 현시점에서 임태훈의 복귀가 정당한 것인지, 두산 구단과 임태훈이 그 동안 보여 왔던 태도는 팬들에게,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의 명예에 합당한 것이었는지 되짚어 보는 기사나 칼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야구선수는 야구만 잘하면 되는 것인가?'라는 김민아 캐스터의 힐난 성 질문에 두산 구단과 두산 팬들이 임태훈에 대한 갈채와 격려로 '그렇다'고 대답을 보냈다면 언론 역시 침묵의 카르텔을 통해 '그렇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개그콘서트 '두분토론'에 출연중인 '여당당'의 김영희 대표가 이를 봤다면 이렇게 한마디 하지 않았을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정말 대단한 동업자 의식 나셨다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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