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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정책 설계의 골든 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기고] 최선욱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최선욱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 승인 2020.10.30 09:23

[미디어스=최선욱 칼럼] 2020년 국회 국정감사가 사실상 끝났다. 이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유사 질의의 반복과 단순 공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10월 23일 위원장과 야당 간사가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대치상황까지 벌어져 화제가 됐다. 특히 보기 사나운 충돌 이유는 정책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감정싸움에 불과했고 과방위원들의 피감기관에 대한 이해가 너무 낮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 미디어 분야에 대한 국정감사는 국내 방송산업이 처한 위기와는 동떨어진 수준이었다.

국내 방송산업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여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하다. 게다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국내 미디어 시장 내 영향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 방송산업의 큰 축인 지상파방송사들은 2012년 이후 지속적인 방송광고 매출하락으로 비틀거리고 있고, 유료방송은 시장포화로 케이블TV 사업은 통신사들과의 합병으로 퇴출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부 제작사를 제외한 전체 방송프로그램 제작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디어 정책을 포괄적으로 점검했어야 하는 이번 국정감사에 대해 ‘빈총국감’이라는 말이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행태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22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미디어 산업을 둘러싼 주요 주체와 정책은 답답한 형국이다. 국회는 다뤄야 할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정부 정책은 주요부처에 파편화되어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고 있으며 상업방송은 저성장과 매출 하락으로 힘겨워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보이지는 않는다. 

‘왜 이 모양이 되었나?’라는 자문에 디자인 분야의 유명한 두 원칙이 떠올랐다. 하나는 “모든 힘은 어떤 형태를 진화시킨다(Every Force Evolves a Form)”이고, 다른 하나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이다. 전자는 18세기 미국 세이커 운동의 창시자인 마더 앤 리(Mother Ann Lee)가 제시한 원칙으로 여러 사회의 요구들이 힘으로 작용하여 현재의 형태를 낳았다고 보는 것이다. 후자는 근대 건축의 선구자였던 루이스 설리반(Louis Sullivan)이 1896년 리핀킷 매거진(Lippincott’s Magazine)에 <The tall office building artistically thoughed>라는 에세이를 통해 제시한 것으로 각 객체는 본질적인 기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앞의 원칙은 미디어 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해 정당 간의 힘, 정부 부처 간의 힘, 해외기업과 국내기업 또한 국내 미디어 기업들 간 기업의 규모에 기초한 힘의 관계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원칙은 답답한 현재 상황을 개선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설리반이 활동하던 19세기 후반은 건물의 형태가 여전히 그리스와 로마식 건축이 주류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술, 취향, 경제가 빠르게 변화하던 당시 상황에서 설리반은 건물의 형태가 역사적 전례가 아닌 건물의 기능에서 비롯된 새로운 건물의 형태를 주창했다. 이 원칙은 시카고의 마천루와 구겐하임 미술관 등 여러 건축물의 설계와 새로운 시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이제 건축 분야를 넘어 일반적인 디자인, 법률, 정책 등 여러 분야의 설계과정에서 주요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회, 정부 등 사회적 제도로 설립된 기관들은 각각의 사회적 기능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이제 그 기능을 기준삼아 달라져야 할 형태에 대해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의 상황은 일례로 시계에 대한 논쟁과 유사했다. 시계의 본질은 정확성에 있는데 제 시간을 못 가리키는 시계를 두고도 그간 색상, 모양새, 크기, 방수, 시계 줄의 소재나 질 등 특정 사안의 좁은 레퍼토리에 초점을 맞춰 각자의 입장을 피력만 하는 모양새였다. 대표적으로 OTT에 관한 논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빠른 미디어 환경변화는 비단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들은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큰 그림의 정책과 법률 재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미디어 규제기관인 OFCOM을 중심으로 ‘Small Screen Big Debate’ 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 정책의 재설계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컨퍼런스에는 OFCOM, 팀 데이브 신임 BBC 사장을 포함한 5개 공영방송사 사장 및 영국 내 주요 미디어 기업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여하여 새로운 방향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독일은 16개 주(state) 상호간에 기존 방송협약을 새롭게 미디어 조약(Medienstaatsvertrag )으로 확장한 초안이 마련되어 입법절차 중에 있다.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미디어 조약은 기존 TV 및 라디오 서비스의 방송뿐만 아니라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및 방송을 규제하게 된다. 그 범위는 앱 스토어, 검색 엔진, 이용자 제작 콘텐츠, 포털은 물론 전자 언어 도우미, 뉴스 어그리게이터, 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자, Whats-App, Skype 및 Netflix와 같은 OTT(over-the-top) 서비스를 망라하여 적용하게 된다.

일본 역시 총무성 산하 ‘방송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관한 검토회’(放送を巡る諸課題に関する検討会)에서 공영방송 등에 대한 여러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미디어 정책의 전면 재설계로 관심을 전환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최선욱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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