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K리그, 길었던 일정도 어느덧 한 달 조금 더 남아있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가을을 맞아 축구하기, 또 축구보기 좋은 날들이 기대되는데요. 우리 프로축구는 마지막 순위 싸움과 함께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주말 축구의 재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리그 자체의 재미와 축구 본연의 즐거움이야 순위 싸움이나 플레이오프와 조금 무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순위 싸움까지도 재미있는 K리그의 가을은 현재 진행형!

전북의 선두 질주는 1위 싸움에 대한 흥미를 조금 떨어뜨리는 요소이긴 합니다만, 2위 포항과 3위 서울의 2위 다툼부터, -승점 4점 차이, 분명 가시권에 서로 놓여 있습니다.- 4,5,6위가 모두 같은 승점 39점, 상위권 팀들의 순위 경쟁은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돌아오기 좋기에 더욱 치열합니다. 7위 제주가 승점 35로 그 뒤를 쫓고 있고, 8·9위는 각각 경남FC와 울산 현대(각 32점)로 부산과 7점까지 벌어졌습니다. 모두가 아직 희망을 이어가고 있기에, 가을 축구의 재미는 더해만 가는데요.

그 사이사이에 펼쳐지는 AFC챔피언스리그도 본격적인 8강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전북과 수원, 서울. 각각 일본과 중동 팀들을 상대로 원정과 홈경기가 이어지는 8강 일정을 이번 주부터 시작했습니다.

중계 자체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각각 멋진 대결을 이어가고 힘겨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에 박수를 보내는데요. 하지만, 이 AFC에서 시작해 우리 K리그 전체에 걸친 작지만, 큰 문제점이 보이고 있다는 걸 아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또, 그 문제의 깊이를 공감하시는지에 대해서도 말이죠.

최근 부산아이파크는 이번 주말 일요일 경기에 대한 FC서울의 일정 변경을 요청받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위해 사우디 원정을 다녀온 FC서울. 피로가 누적됐고 18일로 예정된 K-리그 25라운드 경기일을 바꿔줄 것을 요청했고, 그 날짜는 바로 19일. 월요일이었습니다. 예비일도 아닌 이런 황당한 일정에 대해 부산은 요청을 거부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이미 FC서울은 이 원정을 떠나기 전 경기인 대구원정에서 주말 일정을 앞당겨 금요일에 경기를 치렀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위한 일정 변경 요청은 은근히 자주 있는 편, 수원의 경우도 다음 주 예정됐던 대구 원정에 그런 요청을 했죠. -수원의 경우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다양한 이유에서 우리 K리그의 일정은 자주 변경됩니다. 경기장이 문제가 있다든지, 중계방송이 생긴 경우라든지, 다양한 이유에서 당초 계획된 일정을 바꾸곤 합니다. AFC챔스리그의 선전과 더 나은 경기장 여건, 혹은 부족한 중계방송의 조우 같은 이유는 모두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초부터 일정에 이런 요소들을 감안하지 못한 점과 너무 쉽게 일정을 바꾸는 점 등은 안타까운 부분!

내년이면 30년을 자랑하는 당당한 한 나라의 대표 축구리그로서, 프로라는 타이틀에 비춰볼 때 너무 일정변경이 자주 있습니다. 2011년 한 해 동안 벌써 20번이 넘는 장소와 시간, 날짜 변경이 있다는 건 분명 큰 문제입니다.

일정 변경의 사유 가운데 중계로 인한 변경은 드물기도 합니다만, 어떤 경기에 중계가 더 용이한지 이미 뻔한 부분이 많습니다. 스포츠 채널의 중계는 드물고, 그나마 일정 변경까지 하며 이뤄지는 건 주로 공중파 중계. 그 가운데 지역의 연고 구단들은 각 지역방송과의 중계가 많은데요.

시즌을 맞이하기 전, 일정을 잡으며 지역 방송들과 시즌 초반부터 좀 더 조율을 해 놓았다면 중간에 변경할 필요도 없다는 거. 지역방송 때문에 생기는 일정 변경의 경우, 각 연고 구단들은 방송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변경 사실을 열심히 알리기도 합니다. 리그 개막전에 일정을 잡으며 그런 고민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도민구단들의 경우, 연고지역 내 다양한 도시를 돌며 경기를 하기도 합니다만. 이것도 좀 미리 잡아두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그 외에 변경 사유들은 더더욱 리그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부분이라 하기 힘든 요소들이 많으니 말할 필요도 느끼질 못합니다만, 경기장 사정이나 여타의 일정에 의한 부분들도 스케줄을 짜며 세심함이 부족했던 건 아니었나 생각도 해봅니다. AFC챔피언스 리그 등의 이유로 인한 변경은 분명 여러 가지 면에서 보기 좋지 않죠.

K리그가 우리 곁에 자랑스러운 리그로, 스스로의 권위를 인정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일정변경 같은 부분에도 좀 더 고민과 여파에 대한 예측이 있길, 또 사소하게 바뀌는 경기 시간을 위한 노력이 있길 바랍니다.

너무 쉽게 바뀌는 날짜와 시간, 장소는 리그에 대한 권위를 떨어뜨리는 부분, 그런 사소함이 리그의 큰 그림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어찌 보면 승강제나 전용구장, 유소년 클럽 운영과 같은 큰 그림보다 더 중요한 일이고, 쉬워보임에도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란 거. K리그의 내일을 위한 사소한 노력은 바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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