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이 부족한 PD가 사람 한 명 잡은 격이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또라이'라는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의 인격은 도대체 어떤 모습인가를 대중의 입장에서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세대를 거듭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예전 무소불위 PD시절 그저 휘두르면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진 PD가 신원호PD가 아닐까 싶다. 아직도 방송 현장에 남은 구시대 유물 같은 통치자인 양, '난 절대자 PD다'라는 입장을 가진 듯하다.

여론이 뜨거울 것 같으니 재빨리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삭제하는 기민함을 보였으나, 그보다 빠른 네티즌들은 그가 트윗한 임재범과 관련된 메시지를 캡처해 인터넷 이곳저곳 퍼날라 버렸다. 언론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빠른 시간 안에 트위터 메시지를 소개하며 그가 임재범을 향해 디스했다는 기사를 뽑아낸다.

상황이 빠르게 확산되자 기자들의 확인 전화에 '신원호PD(전 남자의 자격PD)'는 "고생하는 후배에게 위로 차원에서 '카더라' 통신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 나눈 사적대화였고 악의는 없었다. 이렇게 파장이 클 줄 몰랐다"고 밝혀 네티즌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네티즌들이 화가 난 것은 신원호PD의 둘러대기 변명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신원호PD는 "연예인도 아닌 유명 인사도 아닌 일반인인 나의 트위터가 이렇게 공론화될 줄 몰랐다"며 "의도가 어떻든 간에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내 잘못이다. 임재범과 팬분들께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과에서조차 그에게 '임재범'은 단지 임재범이었을 뿐이었다. 다른 인격이 갖추어진 PD였다면 방송계 대선배를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이 시대에는 말이다. 누구 '씨'를 붙이는 것이 일반화된 시대에도 그는 요즘 많이 쓰는 말로 갑의 위치에서 함부로 이름만을 대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사과의 뜻을 밝히는 사람이 '누구 씨'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단지 '누구'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에도 상당 부분 벗어나는 일이다. 일반인들이나 기자들이 연예인들의 이름을 쓸 때야 이름 그대로를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일 수는 있으나, 이 같은 경우는 개인과 개인 간의 예의를 벗어난 행동을 한 것이기에 철저히 상대방을 존칭해줘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설령 뉴미디어에 약하고 트위터 사용법에 약하다고 하더라도, 그간 방송을 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여러 일들이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보았을 텐데 이렇게 파장이 클 줄 몰랐다며 둘러대는 것은 그가 얼마나 인격이 덜 갖추어진 사람인가를 생각케 한다.

신원호PD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일은 이번 일만은 아니었다. 예전 <남자의 자격>을 연출할 때에도, 김태원이 4차원의 말을 하자 '헛소리'라는 자막을 띄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무리 자신의 프로그램 출연자라고 해도 무려 10살이 많은 김태원에게 '헛소리를 한다'는 식의 자막을 띄운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상 찌푸려지게 하는 것이었다. 워낙 빠르게 넘어가 당시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그 자막을 본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신원호PD가 TV로 이름을 알린 것은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남자의 자격>이다. 그가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오로지 자신의 능력이 전부가 아닌 '이경규'라는 걸출한 스타가 좋은 포맷을 들고 찾아와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따낸 명성을 가지고 마치 엄청난 업적을 혼자서 이루어 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보기가 불편하다.

예전 <남자의 자격> 성공을 운운할 때에도 포맷 자체가 자신들의 고유 포맷이라고 우겨대는 모양이었지만, 대부분의 컨셉은 '이경규' 머리에서 미리 계산이 된 것이었다. 불편하게 들릴지는 모르나 이 프로그램은 MBC의 <무한도전> 컨셉과 비슷했기에 당시 MBC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일 것이다.

운 좋게 좋은 프로그램 하나로 명성을 얻고, 시대를 잘 만나 PD의 역량이 평가받는 것 이상으로 부가 보장되는 시대가 되어. 더 좋은 프로그램을 발굴해야 하는 시기에 그는 엉뚱한 사심을 내비춰 스스로 반짝 스타PD란 것을 입증하고 말았다. 그가 말한 한 마디는 맞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뉴미디어에 약하다"는 부분 말이다. 지금 변한 이 시대의 방송, 즉 더욱 발전된 뉴미디어는 스스로를 낮추고 더욱 더 대중에 가깝게 다가오는 소통의 PD를 원하고 있다.

트위터는 사적인 공간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공인이나 일반인이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일기장이라면 몰라도, 트위터는 단 한 마디도 누구에게 전달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PD라고 해서 그 어떤 이에게라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자격은 없다. 방송에서 연출하면서 그 시간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시간일지라도, 생활에서까지 마치 자신이 갑인 양 행동하는 것은 PD로서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신중해야 할 PD가 자신의 후배를 위한다고 "쯧쯧 임재범꺼를 뭐하러 맡았어-설마 여자는 안 그러리라 믿지만 조심하삼-수시로 주먹질하는 또라이야"라는 말은 정말로 이를 대하는 대중의 입장에서 기가 막히는 행동으로 보인다. 이조차 '카더라' 통신을 통해서 들었을 뿐 고의는 아니라고 둘러대는 그의 변명은 영 기본이 덜 된 사람의 소양을 느끼게 했다.

또한 "어차피 자기들 스스로도 큰 기대 없을 거야 ㅎ 대중 해주고 텨텨~! 오면 전화하삼-술한잔사께!"라는 말은 그가 얼마나 기본적으로 자질이 의심스러운 인물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작은 방송 하나라도 소중하게 만들어야 하는 PD의 입에서 이런 말이라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신원호PD는 <남자의 자격>이 더 이상 볼 것 없어 대충 버티다가 그 회사로 이적한 것으로 생각해야 하나? 이번 일은 어떤 변명을 해도 신원호PD의 자질과 역량 부족을 입증한 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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