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야구장에 불이 꺼졌습니다. 전국적인 정전 사태에 야구장 정전이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야구는 무려 한 시간 이상 중단되어야 했는데요.

시즌 초반, 많은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그리고 대구의 야구팬들을 부끄럽게 했던 야구장 정전사태! 야구장이 낡은 탓에 불이 꺼졌던 대구구장의 전력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다음날 남은 경기의 뒷부분을 진행하는 "서스펜디드 게임"까지 펼쳐졌던 당시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현장에서 느낀 점과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했던 "불꺼진 야구장 3부작"시리즈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

▲ 너무나 깊은 어둠(?)과 끝내 완벽하게 복구되지 않은 탓에 더 인상적으로 기억된 대구구장 정전사태
프로야구 30년 역사 동안 5번이나 있었던 정전이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30년의 역사에도 여전히 이런 사태에 이르고, 한 시간 이상 팬들을 불 꺼진 야구장에 방치하는 현실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정전사태의 이유와 문제에 대한 지적이야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각도로 다뤘으니 여기선 더 논의하지 않겠습니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야구"라는 건 어떤 위치와 대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선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순환 정전이 목동 지역에 있다 해도, 체육 시설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는 관리사업소의 입장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사람이 잔뜩 모인 공간을 관리하면서, 정전에 대한 고민이나 대책을 생각하지 못하는 모습엔 대구구장이나 목동구장, 예외가 없군요.

▲ 중계팀들도 모두 어둠속에서 한 시간 동안 기다리는 낭패를 봤습니다
전력사정에 대한 문제가 구장에 책임이 아닌 한전의 탓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부분들을 미리 조치하고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까지 피할 수 있을까요? 야구장이 구단 소유가 아닌 지자체 소유인 구조에서, 구장을 관리하는 관리사무소들의 태만과 야구란 종목과 전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의 부족은 어느 지자체나 비슷하게 한심합니다.

7시35분 목동구장에 전력이 다시 공급됐지만, 경기는 바로 이뤄지지 못했죠. 라이트가 모두 켜진 건 7시50분, 경기중단 시간은 66분. 그나마 불이 다시 들어왔으니 대구구장 사태보단 나은 편입니다. 정전으로 1시간 이상 경기가 중단됐다가, 다시금 전력이 돌아왔던 사례가 두 번이나 있었다곤 합니다만, 모두가 80년대의 일.- 1984년 7월15일 롯데-MBC(92분), 1989년 6월18일 해태-OB전(63분)에 이어 세 번째라죠?-

정전의 책임이야 한전에게 있겠습니다만, 야구장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대처와 준비 자세, 기민하지 못한 움직임은 600만 야구시대에 비해 부족함이 참 커보입니다. 목동이나 대구 같은 낡은 구장이기에 더욱 문제되는 이런 사태들, 지자체에선 그저 낡은 구장에 대한 사용료만 꼬박꼬박 받는 현실, 그만큼 가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새 구장 신축에 대한 아득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답답함은 커집니다. 불 꺼진 야구장 시리즈가 또 언제까지 이어질지, 우리의 프로야구는 늘 그런 부족함이 많은 야구장이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게도 불 꺼진 야구장은 2011년, 2번이나 600만의 프로야구를 관통했습니다.

너무 강한 비난을 한 것 같다구요? 정전이 시설 관리사무소나 지자체의 문제라고만 할 수 있느냐구요? 대구구장의 정전은 100% 시설관리상의 문제, 목동구장의 어제 정전도 관리사무소의 대응이 안타까움이 많다는 겁니다. 사실 잘 만들어진 새 야구장이라면, 혹은 구단이나 기업이 운영하는 사설 구장이라면, 비상전력 같은 대비가 있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많은 팬들을 불 꺼진 야구장에 방치했을까요? 답답함이 큰, 30년, 600만의 프로야구입니다.

불 꺼진 야구장을 또 보며, 이젠 좀 진짜! 야구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 아닐런지요. 새 야구장엔 정전이나 여타의 문제들에 좀 더 발빠르게 대응하는 준비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말입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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