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과 민경욱 9시뉴스 앵커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미 대사관 측에 대선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에 대해 "기자의 윤리를 저버린 중대 사안"이라며 맹비난했다.

▲ 민경욱 앵커 트위터 화면 캡처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ww.wikileaks.ch)가 8월 말 공개한 미 국무부 기밀 문서에는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과 민경욱 KBS 9시 뉴스 앵커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미 대사관 측에 대선 관련 정보를 전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미 대사관 측은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당시 해설위원)을 '빈번한 대사관 연락책'(frequent Embassy contact)이라고 표현했으며, 민경욱 앵커(당시 뉴스편집부 기자)에 대해서도 "민 기자가 이명박과 그의 동료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당했다. KBS의 이명박 다큐멘터리는 이명박에 대해 꽤 우호적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평가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위키리크스' 폭로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기자의 취재정보는 철저하게 보도에 국한해 활용해야 하며, KBS 자체 '윤리강령' 또한 여기에서 벗어나있지 않음에도 공영방송 기자들이 보도를 위해 습득한 정보를 외국 대사관에 미주알고주알 전한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며 "기자의 윤리를 저버린 중대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전문에서 '빈번한 연락선'이라고 표현한 이들 중 한사람은 현재 KBS의 보도 총책임자이고, 다른 한사람은 간판뉴스인 '뉴스9'의 앵커라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라며 "최근 '민주당 대표실 도청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KBS가 이미 2007년 대선을 앞둔 그 즈음부터 공영방송이 아닌 '정권의 나팔수'이자 이명박 정부의 '관제방송'으로 탈바꿈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버리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자윤리를 내팽개치고 도청으로 습득한 내용을 고스란히 한나라당에 넘겨 자사이익을 꾀하려고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KBS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유사한 행태를 반복해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변인은 KBS측이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의 대화"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감정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참으로 안이한 인식"이라며 "진정 KBS가 '공영방송'을 자임하고자 한다면 보다 원칙있고 냉철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대변인은 "최근 연이어 <위키리크스>가 폭로하고 있는 미국 외교전문에서 드러난 한국 외교의 현주소는 '위기' 그 자체"라며 "한나라당에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편, 논란의 당사자인 민경욱 앵커는 자신의 트위터(@minkyungwook)를 통해 "위키리크스 문건에 있는 글들은 제가 워싱턴 특파원을 할 때 이웃에 살던 사람이 주한 미 대사관 직원으로 와있다가 제가 특파원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환영식을 해준다고 해서 나가서 나눈 얘기"라며 "다큐 취재과정의 일부를 술자리에서 얘기한 게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민 앵커는 "'기자가 대선 정보를 미 대사관에 건넸다'는 것은 무서운 제목이다. 제목이 진실을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을 지어내면 안 된다"며 "제 양심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선 정보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제가 이야기한 것 가운데 세상이 모르고 있던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 앵커의 해명에 대한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이 운영하는 '용가리통뼈뉴스'(@YoToNews)는 민경욱 앵커의 해명에 대해 "기자는 사석에서도 취재하며, (더구나) 미 대사관 직원이 만든 자리임을 알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변명될 수 없다"며 "(위키리크스 문건의) 핵심은 미 대사관이 '민경욱은 MB 등에게 완전히 설득당했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앵커 사퇴해라" "기자가 미국 스파이인가?" "(메인뉴스 앵커 선정에 있어서) 결과적으로 지금 KBS의 정치적 지향점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기자를 발탁한 것임을 위키리크스가 입증한 셈이다" "기밀분류된 미 대사관 공식 문건이 '카더라 통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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