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이 지난 12일 새벽(한국시간) 샬케04와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후반 인저리타임에 교체 투입돼 1분만 뛰고 경기를 마친 것을 두고 축구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3일 바이에른 뮌헨전(0-1 패) 이후 한 달만의 정규리그 출전이었던 구자철은, 이날 팀이 2-1로 리드하고 있던 후반 인저리타임에 투입되어 볼터치 한 번 제대로 못한 채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소리를 들어야 했다.

당초 구자철의 선발출전이 유력하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이 되어서야 시간끌기용 선수로 출전하게 돤 상황은 실망스러웠다. 최근 구자철이 손흥민이 뛰고 있는 함부르크로 이적하기로 구단 사이에서는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이적 직전 볼프스부르크의 펠릭스 마가트 감독의 반대로 무산된 상황을 알고 있는 팬들로서는 구자철에 대한 마가트 감독의 이 같은 기용 형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마가트 감독은 구자철의 함부르크행을 반대하며 그에게 각별한 신뢰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철 역시 지난달 31일 파주NFC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마가트 감독이 계속 팀에 남아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셨다. 나를 믿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잔류 상황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구단끼리 이적에 합의한 단계에서 그 합의를 뒤집으면서까지 구자철을 잡아뒀고, 구자철도 감독의 신뢰를 실감했다고 말할 정도로 구자철에게 신뢰를 나타냈다는 마가트 감독이 이날 구자철을 후반 인저리타임 경기종료 직전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그 배경에는 어떤 생각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일까?

볼프스부르크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첫 경기에서 FC쾰른을 3-0으로 잡고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이후 뮌헨전 0-1 패배를 시작으로 이후 2경기를 더 패했다. 그것도 3골차 완패였다. 지난 시즌 강등의 벼랑 끝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볼프스부르크로서는 1승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이날 샬케04에게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하고 실점, 승점 3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에서 2점이 깎인 승점 1점만을 얻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시즌 초반이기는 하나 볼프스부르크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리그 최하위권에서 어려운 싸움을 펼치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때문에 마가트 감독으로서는 이날 '강호' 샬케04에게 한 점차 박빙의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 리드를 지키기 위해 무슨 짓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마가트 감독에게 구자철은 아직은 직접적인 검증이 필요한 미지의 아시아 선수로 팀이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팀을 위해 어떤 헌신을 보여줄 수 있는지 감독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구자철의 1분 출전도 이날 마가트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옵션 가운데 하나였던 셈이고, 그 시간에 감독이 믿고 투입할 선수가 구자철 뿐이었다고 생각하면 그의 1분 출전이 그렇게 허탈하거나 분한 일만은 아니지 않을까.

언젠가 구자철이 꿈에 그리던 빅리그 또는 빅클럽에 입단해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을 때 그에게 이날 겪은 1분 출전이 성공을 향한 투지를 불태우게 만든 계기가 됐다면, 마가트 감독은 구자철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스승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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