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 디지털 경제의 전망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지만 관련 정책은 추상적이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뤄낸 통신 분야의 획기적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디어 역시 언론사 경영악화가 이어지며 앞길을 못 찾고 있다.

정보통신미디어 정책전문가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이 지난달 한국 디지털 경제 성장 정책을 제안한 <코드명 KI-4.0>(출판사 시간의물레)을 출간했다. KI란 '코리아 이노베이션‘(Korea Innovation)의 줄임말이다. 저자는 미디어·IT·제조·융합 전략을 통해 한국 디지털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드명 KI-4.0 (사진=시간의물레)

미디어 전략과 관련해 저자는 미디어 스스로 위기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방송시장은 빠르게 추락해 가고 있다, 지상파TV 방송사업매출은 2018년 3조 7965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2797억 원 감소해 3조 516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익은 2140억 원에 달한다. 종합유선방송(SO)는 IPTV가 등장한 후 가입자를 빼앗기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저자는 “케이블TV방송은 독자적 생존이 어려워 미래 지향적 경영설계는 이미 포기한 상태”라면서 “대부분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퇴출 전략만 고민하는 상태다. 방송산업의 성장 정체는 제작 투자를 위축시켜 국내 방송산업 경쟁력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OTT의 국내 진출 역시 미디어 산업 위기 요인 중 하나다. 고정형 TV에서 모바일로 시청 형태가 바뀌고 유튜브·페이스북·넷플릭스 등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국내 점유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2018년 상반기 온라인 동영상 광고 점유율은 73.1%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최대 포털사인 네이버·다음의 광고 점유율은 14.4% 수준이었다. 저자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은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콘텐츠 공급기지로 한국을 꼽았다”면서 “국내시장 잠식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미디어 시장 위기 대응 방안으로 ▲고품질 콘텐츠 경쟁력 강화 ▲수신료 현실화 ▲지역성 강화 ▲정부 조직개편을 통한 통합 미디어기구 출범 등을 제안했다. 저자는 “세계 미디어시장은 콘텐츠 전장”이라면서 “콘텐츠전에서 패배하면 미디어 식민지로 전락한다. 지상파방송은 과거의 타성에 젖어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일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지상파 OTT 서비스 웨이브의 성공이 지상파 생사를 가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웨이브는 출범 초기 “오리지널 콘텐츠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현재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웨이브에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가 생사를 가를 관건”이라면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국내외 이용자들이 관심의 눈길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중심의 미디어기구 일원화를 강조했다. 현재 미디어정책 관련 부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미래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 간 권한 혼재와 업무 중복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인수위원회 부재로 정부조직개편이 소폭에 그치면서 방송통신기구 재편은 사실상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 미디어 공약으로 ’미디어 부처 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

저자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외 상황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책적 대처와 효과적이고 성과 있는 콘텐츠 산업 지원·육성을 위해서는 부처별로 분산된 정책 부서를 통합해 콘텐츠 전담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부처별로 나누어져 있는 콘텐츠 관련 법률을 통합하여 단일 콘텐츠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청와대 정책실 내에 콘텐츠 진흥 및 규제 완화·개선을 담당하는 비서관 신설을 통해 종합적 정책을 마련하고 법제도 정비에 조력자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해 적정 수신료를 책정하고, 수신료 회계분리 제도를 통해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는 국회의장 직속으로 여야 교섭단체·광역자치단체 의회 의장이 위원을 추천하는 형식이다.

저자는 SO 활로를 ’지역성‘에서 찾고 관련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자는 “SO의 지역성 가치는 반드시 유지·강화되어야 한다”면서 “SO의 지역채널 활성화를 위해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통신사가 SO를 인수·합병할 경우 지역채널이 지역민을 위한 고유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저자는 지역민 알권리 증진 및 정보 소통 활성화를 위해 지역채널의 해석·논평 방송 허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사진=미디어스)

이밖에 저자는 AI·빅데이터·IoT·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통한 IT 생태계 구축, IT기술을 도입한 제조업 혁신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저자는 “KI-4.0 전략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한 정책 방향 변화 및 순응 제고의 최종 목표는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라면서 “경제 성장은 KI-4.0 전략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할 수 있는 근거로 작동하여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제17대~19대 대통령선거, 제18대~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미디어분야 공약을 만들었으며 현재 한국경영법률학회 이사, 한국OTT포럼 수석부회장,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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