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했다. 강호동을 비난하던 대중은 순식간에 '은퇴는 너무 심하다, 안타깝다'는 방향으로 그 의중을 틀었다. 그런 점에서 강호동의 은퇴선언은 시의적절한 판단이었다. 만약 그 시점에서 은퇴를 선언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현재까지 쌓아온 국민MC로서의 커리어를 모두 다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문을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명예를 지켜내기 위해 빠르게 은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고 그 선택은 다행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세무에 있어서 강호동이 '탈세'를 저질렀느냐에 대한 문제를 확실하게 검증해야 한다. 세금은 '번돈-비용'을 해서 순수익이 나오면 그것을 근거로 세율에 따라 부과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비용'을 어떻게 잡을지가 문제가 된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개인 사업자의 경우 이 같은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하는 친구에게 회사의 인테리어를 맡기기 위해 밥을 먹으며 회의했다면 이때 들어간 식사비를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혹은 그냥 개인의 지출로 봐야하는지 애매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세무 관련 내용을 지식이 없는 개인이 처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래서 이를 세무사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세무사를 통하더라도 세무적 판단에 의한 과소납세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국세청 홈페이지 가장 처음에 올라와 있는 국세청 뉴스가 바로 영세 자영업자에게 원천징수된 세금의 일부를 환급해 준다는 내용이다. 즉, 국세청이 미리 가져간 세금 중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몰라서 못 받은 사람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금이라는 것이 아주 완벽하게 짜여진 채 납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소세납 자체를 범죄라고 보긴 힘들다. 만약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세금을 축소했다면 그때는 법적 고발이 가능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대중이 강호동에게 얼마나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댔는지 알 수 있다. 국세청으로부터 법적고발이 되어 법원에 의해 '범죄'임이 밝혀졌을 때 해야 할 비난을 강호동에게 던진 것이다. 이 비난의 근본에 위법성이 없기 때문에 이 비난은 어떤 방식으로도 해소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강호동의 은퇴는 과하지만 적절한 대응이었다. 그것이 아니면 여론이 달라지긴 힘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대중이 '위법'성이 확인되기도 전에 '위법'으로 간주하고 지속적으로 누군가를 비난한다는 데에 있다. '혐의'를 받았다고 범죄자가 아니고, '고발'당했다고 범죄자가 아니다. '구속'이 되었다고 해도 범죄자는 아니다. 일단 판결을 받기 전까지 그 사람은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 이건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만약 친구들과 MT 갔다가 쓰러진 여학생을 부축해 주었는데 그 여학생이 '성추행'으로 고소한다면, 지금 같은 방식으로 이 남학생은 '성추행범'이 되어야만 한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2년이 걸린다면 그 2년 동안 이 사람은 '성추행범'으로 살아야 하고, 이후에는 그 인식된 사실을 바꾸기 위해 더 오랜 시간동안 '성추행범'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을 우리는 지금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우리는 어느새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대중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잘못한 것이 밝혀지면, 위법성이 입증되면, 판결이 나오고 나면 얼마든지 비난하고 욕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까지 조금 더 기다리는 인내의 미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은 아주 적은 노력을 통해 많은 사람의 인생을 망가트릴 수 있는 끔찍한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혐의만 가지고 누군가를 죄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쾌감을 느끼지 말기를 당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