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던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이 쿠웨이트와의 2차전 원정에서는 졸전 끝에 1-1 무승부를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공격에서는 박주영, 남태희 등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수비에서는 차두리 부상 이후 잇달아 실점 위기를 맞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큰 숙제를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중동 현지 환경 적응, 체력적인 부담 등이 발목을 잡아 대표팀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해 들쭉날쭉한 행보를 보인 조광래호에 많은 팬들은 또다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들쭉날쭉한 결과보다 최근 조광래호의 행보를 보면 가장 큰 아쉬움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실험 정신이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일전 대패 이후에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초창기 의욕적이었던 실험 정신과는 다소 떨어진 팀 운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얼굴보다는 기존에 활용했던 자원들이 계속 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에 신선한 얼굴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논란이 있기는 해도 새로운 자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그에 맞게 변화무쌍한 팀 운영을 펼쳐 나가는 것은 조광래호의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텐데 최근 그런 모습이 조금 사라진 것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 조광래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1년 넘게 다양한 성과를 냈다는 조광래호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많습니다. 주전급 선수들은 어느 정도 몸에 익힌 만화축구식 전술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박지성, 이영표의 공백을 메울 선수를 찾는 것, 그리고 막강한 공격력과 안정적인 수비진 구축, 주전, 비주전의 격차를 줄이는 것까지, 한둘이 아닙니다. 그렇기는 해도 조광래호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느 정도 충분한 상황이며, 그렇기에 꾸준한 실험도 동반돼야 합니다. 여기에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자원들에게 보다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하는 것, 그래서 기존 자원들도 자극을 받고 더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의 팀 운영을 보면 A플랜과 B플랜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주전을 확실하게 정해놓고 팀 운영을 하다 보니 후보 자원, 신예 자원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 그렇다보니 이에 따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존과는 다른 변화무쌍한 전술에 주전 자원들이 몸에 더 익히도록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지만 경쟁력 있는 다른 자원이 있어 유럽파, 국내파에 연연하지 않는 선수기용으로 신선함을 불어넣는다면 오히려 팀 운영 다양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좀 답답하고 시간은 걸려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아직 주전 자원들의 안정화에만 급급하다보니 기존에 추구했던 새로운 얼굴 찾기, 발굴, 육성은 다소 정체기를 맞았고, 이는 주전 한 명만 다쳐도 어려움을 겪는 한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해외파의 체력 저하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서 이 문제는 조광래호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기까지 하면서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경기를 통해 꾸준하게 팀을 가꿔 나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키워가는 작업이 잘 이뤄져야 좋은 팀을 만들고 조광래호의 최종 목표인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알차게 치를 수 있습니다. 이미 전임 허정무호 시절만 봐도 월드컵 예선을 치르면서 기성용, 이청용이 부쩍 성장해 주축으로 자리잡은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호 역시 주전-비주전의 격차를 줄일 만 한 마땅한 대안을 제대로 찾지 못해 문제가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가운데서 꾸준한 선수 발굴과 이를 적극 밀어주는 환경이 있다면 당연히 부각되는 새로운 선수는 나오게 돼 있습니다. 그런 선수들이 더 많아지면 한국 축구 입장에서는 나쁠 이유가 없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데뷔부터 기존의 틀을 깨는 팀 운영, 선수기용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한일전 패배 이후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광래호 답지 않은 팀 운영으로 다소 의아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조광래호는 조광래호다워야 합니다. 꾸준한 실험만이 곧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살리고, 보다 더 좋은 자원을 더 많이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실험 정신을 제대로 살리는 것, 새로운 자원을 꾸준하게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것만이 바로 조광래호가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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