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 선수ⓒ연합뉴스

지난 4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 스페셜-아이콘 김연아, 2막을 열다'에서 김연아가 했던 말들이 며칠째 언론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김연아는 아이스링크 밖에서의 진솔한 모습과 그 동안 '피겨여왕'으로 살면서 아직 밝히지 못했던 여러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날 방송에서 김연아가 언급한 말들 가운데 일부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여전히 시원하게 결론이 나지 않는 그의 은퇴, 정확히 표현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피겨 스케이터로서 세계선수권이나 그랑프리시리즈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은퇴와 프로 스케이터로서의 전향 문제에 관해 김연아의 속내가 담긴 언급들도 포함되어 있어 그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거취 문제에 관한 이런저런 추측을 낳고 있다.

김연아는 방송에서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한 적이 있다. 선수생활을 준비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며 "힘드니까 그런 생각은 항상 한다. 하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미리부터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간 그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을 하든 피겨 스케이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열리니까 그 이후까지도 어린 선수들을 도울 수 있는 자리가 생기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연아는 또 밴쿠버동계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 출전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밴쿠버 올림픽이 나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왔다. 올림픽이 끝나면 죽을 때까지 안할 거라 생각하고 이를 악물었는데 그것을 또 해야 한다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독한 올림픽 후유증 속에 세계선수권을 2위로 마친 뒤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린데 대해서도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고 다시는 이 자리에 설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지금 김연아는 미국 LA로 출국을 한 상태다. 일찌감치 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스킵'을 결정한 상태에서 내년 초에 있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여부를 LA에서 훈련을 해본 이후에 결정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현재 김연아가 내년 세계선수권 무대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로 출전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앞서 언급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앞서 김연아가 이런저런 인터뷰를 통해 밝혔던 내용들, 특히 대회 출전이 주는 중압감을 감수할 준비가 정신적으로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는 언급들이 김연아의 세계선수권 출전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 즉 온전한 현역 복귀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면 김연아가 속 시원히 '국가대표 은퇴, 프로 전향'을 선언,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것이 훨씬 스트레스가 덜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가 그와 같은 선언을 하지 않은 채 현재의 신분을 유지한다면 매번 그의 인터뷰에는 대회 출전 계획과 현역 신분 유지에 관한 질문이 주된 질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그 누구보다 김연아 본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연아가 스케이터라는 신분 외에 올댓스포츠의 이사라는 신분도 함께 지니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그 이유를 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연아가 미디어에 얼굴을 드러낼 때마다 예전에 없던 '안티'들이 더욱 더 활개를 치는 이유도 사실 이와 같은 상황과 맞닿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김연아의 모습과 '키스앤크라이'에 MC이자 멘토로 출연하는 김연아를 보면서 문득 '이제 시상대 위의 김연아가 오히려 낯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아이콘' 김연아의 2막의 시작점은 앞서 김연아가 은퇴에 관해 생각해 본적이 있다며 언급한 '그 순간'이 될 것이다. 그 때가 그리 멀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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