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예능 역사의 판도를 바꾼 남자. 보고 싶었던 남자. 라디에이터를 라지레이터로 아는 남자. 파로호를 파라호로 아는 남자. 이상은 강심장에서 붙여준 특징이며 그의 이름은 이민호, 아니 붐이다. 붐 전역맞이를 위해 손수 준비한 밥상은 너무 과해서 상다리가 한쪽으로 부러지고 말았다.

방송 시간 85분여 분량에서 무려 40분을 단독포커스로 편성해주는 아량은 보는 이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추석특집'이라는 말은 그냥 폼일 뿐 실질적인 내용은 '붐 특집'이었다. 그렇다면 왜 <강심장>은 그에게 이런 파격적인 대우를 한 것일까? 답은 '붐'을 잡기 위해서일 것이다. 군대 가기 전 활동했던 것이 강호동 프로그램에서 주를 이뤘기에 당연히 그가 선택할 곳이기도 했지만, 대우가 지나쳐 거북스러운 느낌을 줬다.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고, 우린 너를 절대로 놔 줄 수 없어'라는 듯 애타게 구애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그에 대한 대우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렇게 대놓고 치켜세워주는 것이 의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거북해졌다.

그의 컴백을 두고 컴백 자체만으로 뭐라 할 사람은 없다. 그를 반기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크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하고 말았다. '붐 아니면 안 돼'라고 하듯 서로 모셔가기에 안달 난 사람들처럼 파격적인 대우를 하며 그를 띄워놓는다.

하지만 붐이 전역하자마자 상황은 달라졌다. <강심장>은 그가 전역을 하는 문 앞까지 손수 달려가는 수고를 한다. 기존에 있던 편대의 활약은 붐을 보좌하는 역할로 급선회를 할 것 같은 모양새를 주고 있다. 이번 <강심장>은 특히나 그 모양새가 뚜렷했다. 단지 그에게 한 번 베푸는 환영의 손길이라 해도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벌어질지는 미리 짐작하고도 남을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 모습은 과할 정도로 인위적으로 급조된 느낌이어서 더욱 반감이 생기는 케이스였다.

그리고 ‘강호동' 프로그램에서 활동을 하거나, 강호동이 눈길을 준 이들에게 향하는 구애는 심각할 정도로 균형을 잃는 모습이기도 하다. <1박2일>에서는 군 소집해제를 한 '김종민'을 바로 데려갔고, <강심장>에서는 '붐'을 바로 데려갔다. 두 케이스 모두 파격적인 대우였다. 전속으로 활동하라는 무언의 계약은 항상 무엇을 재지 않고 바로 끌고 가는 시스템이다.

그 이전에도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야심만만>에서 잠깐 출연을 하여 예능감을 보여준 '최양락'이 마치 엄청난 능력자인 양 바로 캐스팅해서 프로그램의 균형을 잃었던 것은 익히 기억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물론 최양락이 웃기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 웃길 수 있는 예능인이었던 것을, 마치 대세인 양 데려가 결론적으로 프로그램은 하나마나한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은 뼈아픈 과거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붐'이다. '붐'을 과대포장하는 것은 오히려 그에게 반감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최양락도 그랬듯이 그냥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대로 조금만 포장해서 끌고 갔다면 재밌었을 것이고, 빨리 이미지 소비가 되지 않았기에 더 장시간 살아남는 프로그램도 되었을 것이다. 최양락도 다른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감을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캐스팅에 본전 드러나는 퍼주기 웃음은 금세 모든 것을 바닥나게 만들었다.

붐이 나와서 내던진 웃음은 제대하기 전 생각했던 1천 가지 중 5백 가지였다고 농담할 정도로 다 쏟아낸 것이다. 이번에 '붐'이 들려준 이야기는 재방송이나 진배없는 이야기였다. 붐이 던진 신고식 이야기는 예전 <강심장>에서 '양세형'이 제대하면서 한 말이었고, 거의 똑같은 말을 붐의 입만 빌려서 한 것이었다.

특출난 것 없는 그의 이야기를 포장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냥 평범하게 전역한 스타로 여겨 받아들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순서대로 예능감 살리는 시간을 가지며 천천히 컴백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을, 요란법석을 떨며 받아들이는 모습은 <강심장>이라는 호들갑 떠는 프로그램의 한계를 보여줬다.

웃음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 <강심장>의 특기이다. 웃고 싶은 부분을 미리 알려주는 캐릭터의 박장대소하는 CG나, 인위적인 리액션 등은 강심장이 자랑하는 제일 안 좋은 시스템인데, 이번 '붐 특집'에도 그 요소는 많이 쓰였다.

'대한민국 예능 역사의 판도를 바꾼 붐'이라 미리 평하고, '붐느님'이라는 말로 그를 칭송하는 것은 거부감마저 들었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붐의 컴백을 알리고 활약상을 보여줬다면 그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이상 깎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별난 것도 없는 스타를 겉모양만 최고라 포장하여 칭송하는 것은 그 스타를 단명하게 하는 지름길이란 것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