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막식ⓒ연합뉴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9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지난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회 폐막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많은 국내 언론들은 이번 대회에 대해 여러 각도로 분석하는 결산 기사들을 통해 호평과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이 대회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거의 모든 언론이 아쉬움을 나타내는 부분은 역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의 초라한 성적표다.

4년 전 대구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유치된 이후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대대적인 대표팀 훈련 지원책과 대구세계육상에서 10종목에 10명 이상의 결승 진출자를 내겠노라는 '10-10 프로젝트'를 내거는 등 갖가지 경기력 제고방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육상계에서 호들갑을 떤 정도에 비하면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거둔 성적은 참으로 조촐하다.

김건우가 출전한 남자 10종 경기를 시작으로 남자 1600m 계주, 400m 계주에서 한국신기록이 나왔고, 남자 경보 20km에서 김현섭이 6위, 남자 경보 50km의 박칠성이 7위, 남자 멀리뛰기의 김덕현이 결승에 올랐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모조리 최하위권에서 예선탈락하고 말았다.

물론 단 한 명의 결승 진출자도 없었던 2009년 베를린 대회와 비교하면 분명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셈이지만 대회 개최국으로서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객관적인 실력 이상의 성적을 내심 기대했던 육상계나 대회 조직위의 입장에서는 얼굴을 들기가 어려운 성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한국 육상의 불편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억'소리 나는 포상금도 걸고, 세계적인 코치를 영입하고, 최적의 훈련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물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선수들이 세계적인 기량을 갖추는 일은 결코 단기간 내에 대대적인 물질적 지원이나 '쪽집게 과외' 같은 것으로 해결이 되는 부분이 아니다. 장기간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선수를 길러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구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전혀 예상 못한바가 아니며 오히려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어느 베테랑 스포츠 기자가 고백했듯 '10-10'이라는 목표는 한국 육상의 현실을 무시한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구호에 불과했다. 애시당초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 스스로 내건 목표는 아니었던 셈이다. 보기에 불편한 모습이지만 선수들이 지금 손에 쥔 성적표가 엄연한 한국 육상의 현실이다.

따라서 선수들이 자신들을 응원해준 우리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는 있을지언정 스스로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번 대구 대회를 치르면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쾌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회를 전후로 국내 언론들은 많은 한국의 육상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줬고, 그들 중 일부는 '미녀새' '허들공주' 등 다양한 애칭을 얻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열광적인 환호와 갈채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경험만으로도 이번 대구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기량과 성적 향상을 향한 좀 더 간한 동기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앞으로고 꾸준히 이어지고, 대구나 또 다른 지자체에서 '다이아몬드 시리즈' 같은 세계 정상급 규모와 수준의 육상대회를 꾸준히 개최함과 동시에 각종 미디어를 통해 좀 더 많이 중계방송된다면 한국에서 육상은 비인기종목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다.

대구세계육상을 통해 확인한 한국 육상의 현실은 분명 보기에 불편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예견되는 한국 육상의 미래는 무척이나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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