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4살이지만 '번개' 우사인 볼트는 이미 단거리 육상에서 모든 것을 이룬 '현재진행형 영웅'입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100m, 200m, 400m 계주에서 세계 기록을 3개나 작성하는 경이적인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1년 뒤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똑같은 종목에서 3관왕에 오르고 100, 200m에서는 또 다시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단 몇 년 만에 '단거리 지존'임을 확인시켰습니다.
1년간 무릎 부상 아픔을 딛고 일어선 뒤에도 그의 경기력은 여전히 출중했습니다. 그리고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200m와 400m 계주를 석권하며 챔피언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특히 대회 마지막 날에는 4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출전, 엄청난 스피드로 마지막 100m를 장식하며 38초04의 세계기록을 작성했습니다. 물론 100m 결선에서 아쉽게 실격을 당한 것은 너무나도 아쉽기는 했지만, 첫 경기의 아픔이 언제 있었냐는 듯 볼트 특유의 낙천적인 모습은 여전했고 짧은 시간에 잘 이겨내며 남은 두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볼트 덕에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은 마지막에 크게 웃었습니다.
우사인 볼트를 유심히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는데 바깥에서는 몰라도 경기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관중에게 재미있는 표정이나 동작을 보여주는가 하면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기도 하는데요. 이는 경기 직전과 직후에 극에 달합니다. 경기 전부터 특유의 세레머니인 '번개 동작'을 취하는가 하면, 출발 직전 조용히 해달라는 장내 방송 음성이 나올 때는 음성에 맞춰 재미있는 동작을 취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힘차게 달린 뒤 우승을 확정지었을 때는 춤을 추고 숨겨놓았던(?) 복근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관중석을 향해 신발을 던지고 배꼽 인사까지 하는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한 선수가 보여주기도 참 어려운 것을 볼트는 제대로 다 보여줬고, 이에 관중들은 크게 열광했습니다.
통상 이런 모습들이 '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존 선수들과는 다른 퍼포먼스로 팬들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덩달아 실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오히려 경이롭다는 느낌이 듭니다.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으면서도 오직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고 이겨내며 나올 때마다 뭔가를 보여주는 모습 자체로도 '천재형 선수'라는 인식까지 가지게 할 정도입니다.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단거리를 뛸 만한 체형,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 운영 등은 달리기를 '그저 달리는 것'으로만 여겼던 사람들을 '스포츠 종목'으로 인식하게 했습니다. 보통 선수와 차원이 다른 경기력으로 남을 압도하는 모습에선 엄청난 희열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모습, 다양한 느낌에 팬들은 부러움과 감탄을 하면서도 점점 발전하는 그에게 관심을 갖고 기대감을 가지면서 응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유의 활동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어떤 스캔들이나 잡음 없이 오직 운동에만 매달리며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있는 것도 볼트의 모습이 더욱 돋보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 것은 물론입니다.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출발을 했을 때 볼트는 남 탓하기보다 자신이 잘못했다면서 좋은 경험을 얻었다고 하는 겸손함도 보였습니다. 실력이면 실력, 관리면 관리, 심리적인 면, 팬과 교감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는 볼트에게 앞으로도 더 많은 팬들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되기까지 했습니다. 이것이 진짜 '스포츠 스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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