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 원래는 자외선으로 통용되던 이 단어는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빈도가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 '유세윤과 뮤지'로 구성된 UV라는 이 팀은 처음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발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말도 안 될 만큼의 세 확장을 이루어냈다. 아무도 쉽게 이들을 욕하지 못하고 아무도 이들의 위엄에 쉽사리 범접하지 못한다.

UV의 기본적인 색깔은 키치이다. 키치란 '통속 취미에 영합하는 예술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속된 말로 하면 천박함이나 사이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UV의 시작은 정식 뮤지션이 아니었다. 개그맨 유세윤이 조직한 프로젝트 그룹으로 노래 하나 내놓고 한시적으로 활동할 팀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대박이 나면서 이들은 케이블 방송의 페이크 다큐 프로그램으로, 그리고 또 다른 음악활동들로 일정한 범위를 구축하고 정식 뮤지션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키치문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간은 천박하고 허접스러운 느낌을 줄지언정 그 안에는 매우 깊은 내공의 실력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유행하는 키치 패션의 경우, 패션에 대한 내공을 가지고 키치스럽게 연출한 것과 그냥 막 입은 것의 차이점은 분명 존재한다. 전자를 보고 멋지다 판단하고 후자를 보고는 거지같이 입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키치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바탕에 깔려 있는 실력이다. 그리고 UV가 키치문화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실력 때문이다.

뮤지의 경우 UV에 참여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던 뮤지션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UV의 곡들은 좋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과거의 느낌을 정확하게 재현하면서 UV만의 감성을 노래에 실어내는 데는 뮤지의 음악성이 한몫했다. 그러므로 웃기면서도 진지하고 허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UV의 매우 독특한 캐릭터가 만들어진 것은 당연하다. 유세윤 또한 훌륭한 랩핑능력과 기획력을 보이고 있다. 그의 무대 장악력은 '카리스마'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해줄 만큼 큰 구심점이 되고 있다.

키치문화의 대표주자 UV는 다양한 가수들과의 협업으로 뮤지션적인 행보를 더욱 넓히게 되는데, 박진영 함께했던 '이태원 프리덤'이 이미 대박을 쳤고, 이후 '유희열, 정재형'과도 협업이 예정되어 있다. 이 우스꽝스러운 팀이 당대를 주름잡는 대표 뮤지션들과 협업을 한다는 것 또한 UV가 가진 키치근성을 보여준다. 싸구려처럼 보이지만 전혀 가볍지 않은, 그 극단적 아이러니가 표출되는 것이다.

지산 락페스티벌에 'UV'가 나오는 것으로 결정되었을 때, 물론 많은 사람들은 기뻐했다. 그들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락페스티벌이 너무 흥미 위주로 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만약 UV가 지산 락페스티발에 나와 그들의 예전 노래들을 부르고만 갔다면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밴드를 조직하고 락의 명곡들을 믹스하여 락페스티벌에 걸맞은 아니 그 수준을 넘어선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보여주었던 무대가 바로 지산 락페스티벌에서 그들이 보여주었던 무대였다. 물론 장소의 차이 때문에 다른 부분도 있었겠지만, 대중은 가벼움, 천박함 속에 숨어 있는 이 팀의 음악적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게 됐을 것이다. RATM과 열맞춰를 섞어 버리는 이들의 대단함은 UV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했다.

분명 개그맨이 웃자고 만든 팀으로 보였던 UV는 이제 자신만의 세계를 공고히 한 뮤지션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이들은 지나치게 대중지향적이고 가볍고 천박하면서도 일반 가요프로그램에는 전혀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TV에 나오는 것은 뮤지션들이 주로 나온다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도이다. 그런 무대가 아니면 거의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UV는 그래서 대중적이면서 한없이 비대중적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키치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밴드를 통해 한 단계 진일보한 UV의 미래는 그래서 더욱 밝다. 그들은 여러 뮤지션들과 협업을 통해서 뮤지선으로서의 본질을 더욱 확장시켜 나가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꾸준히 싸구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볍되 가볍지 않은, 천박하되 천박하지 않은 UV의 모습으로 대한민국 문화계에 새로운 충격을 선사할 것이다. 대중적 성공을 거둔 키치문화가 많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문화계이다. 이 문화계에 UV라는 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축복 받았다고 여겨야 할 것이다.

UV는 자신들의 음악적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문화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우리가 단순히 그들을 웃기게만 보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수많은 문화계의 사람들이 그들을 칭송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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