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이 25.7%에 그쳐 개표 자체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주민투표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늘 시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거취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로 저의 책임을 다하겠다” 밝혔다.

그는 주민투표 개표 자체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어려움 속에서도 215만 시민여러분께서 투표장을 찾아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민투표는 그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시작은 우리시대 복지이정표를 세우겠다는 신념이었지만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것 또한 오늘의 민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굳은 표정을 한 채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투표,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새로운 지평 열어”

오세훈 시장은 그러나 “주민투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호평하는 등, 마지막까지 주민투표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는 제가 제안했지만 시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으로 시작되었고, 81만 서울시민은 최초의 주민청구형 주민투표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었다”며 “그 서명의 발아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민주주의가 열리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 분들의 열정과 애국심은 주민투표의 결과로 희생되지 않고, 과잉복지를 경계하는 역사의 상징으로 민주주의의 새 전기를 만들 것이라 믿는다”며 “한나라당도 마음을 모아 한나라당다운 가치, 민주주의와 미래가치를 실현하는데 기꺼이 나섰다”고 덧붙였다.

‘전면 무상급식은 과잉 복지’라는 의지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과잉복지는 반드시 증세를 가져오거나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빚을 지운다. 또는 그 둘을 한꺼번에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저는 이 점을 경고하기 위해 지난 1년간 과잉복지와 그토록 고통스러운 싸움을 전개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의 사퇴를 계기로 과잉복지에 대한 토론은 더욱 치열하고 심도 있게 전개되길 바라며 그 재정의 피해는 평범한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 스스로 사퇴 자초해”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오세훈 시장이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것은 안타깝지만, 오늘의 사퇴를 자초한 것 또한 오세훈 시장이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오늘 오전 즉각 입장을 내어 “여권 일각에서 주장했던 대로 정략적 유불리를 따져 사퇴시기를 미뤘다면, 행정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더욱 확산시켰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세훈 시장을 향해서는 “이제라도 자신으로 인해 초래된 분열과 갈등, 사회적 비용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정치인으로써 시대의 흐름과 국민통합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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