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누리꾼들의 비난 폭탄을 맞고 있다. 최근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짧게는 한 달 이전 길게는 일 년 전의 노래들에 대해서 뒤늦게 청소년 위해물로 판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벌어진 후폭풍이라 할 수 있다. 이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술과 담배라는 단어만으로 청소년 위해물이라는 판정이 내려지고 있는 것에 있다. 최초 아이돌 그룹에 내려졌던 한두 번의 처분에는 그저 불쾌감만 표했던 대중들이 최근 10센치의 일 년 전 노래에까지 위해판정이 내려지자 분노하게 된 것이 그 배경이다.

25일 현재 여성가족부의 국민참여 게시판은 그간의 행정처분에 분노한 누리꾼들의 끊임없는 항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 하나를 읽고 나면 페이지가 바뀔 정도로 방문수가 많은데, 아직 해커의 공격수준으로 게시판이 다운될 정도는 아니지만 여성가족부를 비꼬는 글들로 빼곡히 채워지고 있다. 이렇듯 국가 행정부의 하나인 여성부에 대한 누리꾼들의 무차별 비난은 사실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여성부가 이런 누리꾼들의 행위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자기 점검의 자세 또한 없다. 게시판에 여성부를 조롱하는 많은 글들에 조리퐁을 없애달라는 것이 많아지자 아무 말 없던 여성부는 더 이상 그 단어를 사용치 못하게 했다. 그러자 다시 누리꾼들은 조리퐁도 19금이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웃지 못 할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행정부가 고작 누리꾼과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여성부에 대해서 트위터에는 촌철살인의 풍자 글들이 많이 올라와 현재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그중 의미 있는 글 하나가 눈에 띈다.


여성부 혹은 MB정부의 대응방법.
1 잘못을 모른 척한다.
2 잘했다고 우긴다
3 잘할 꺼라고 억지를 쓴다
4 잘하지 않느냐고 '친한' 사람들에게 묻는다.
5 잘하면 된다고 짜증을 낸다
6 알았어 알았어 앞으로 잘하면 되지.. 한다.
- 탁현민 트위터

게시판에 올라오는 항의의 민심을 읽지 못하고 엉뚱한 필터링을 가동하는 여성부의 자세는 위 글의 1,2,5에 해당하는 태도다. 보통의 경우 누리꾼들이 특정한 사이트를 공격하는 행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위 팬덤이나 특정 커뮤니티가 행하는 사이버 폭격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누리꾼들이 여성부의 태도에 염증을 느껴 자발적으로 몰리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여성부는 이 현상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누리꾼들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폄하하는 것 같다. 그래서는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라고 정부가 민심에 따라 움직인 것도 아니지만 가장 진보적이어야 할 여성부가 거꾸로 지나친 보수적 행태를 보이고 있어 이제는 여성부의 존립에 대한 회의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렇듯 시대에 역행하는 여성부의 구태는 어찌 보면 인권침해 신고를 당하는 인권위원회의 현실과 맞닿은 현 정부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한해 2조원의 예산을 쓰는 여성부가 진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하고 있어도 이것이 제어되지 않고 있다.

조리퐁은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사랑받아온 과자 이름이다. 이것조차 불량단어로 지정해서 게시판에서 사용하지 못할 단어가 됐다. 여성부에서 벌어지는 현재 상황이다. 국민의 항의에 대한 행정부의 반응치고는 참 졸렬하고 가벼운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여성부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나 경외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급식에서 버섯을 빼달라는 말은 달리하자면 정부각처에서 여성가족부를 빼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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