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차기 총리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아베 총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한일 언론인은 한일 관계의 경색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며 “양국이 문제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양국 중 누구의 문제 해결 의지가 중요한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강제징용배상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일본 언론인은 대체로 한국 정부의 문제 해결의지를 강조했다. 한국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의 한국언론인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은 입장을 개진했다.

스가 일본 관방장관 (사진=연합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와 함께 8일 ‘한일 언론인 화상 대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스가 관방장관이 아베 총리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한 만큼,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현기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한국 정부 일각에서 기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상황이 더 악화는 될 수 있지만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에 대한 유연한 입장 변화가 없으면 전반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미 요지 도쿄신문 논설위원은 “스가 장관은 아베의 아바타라고 불린다”면서 “총리가 교체된다고 일본의 노선이 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역시 “일본 정권 교체 흐름을 봤을 때, 총리가 바뀐다고 많은 게 변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 서울지국장은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과 관련해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된 후 한국에 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데, 한국에 해결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서영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한일 양국이 이번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면서 “(양국 지도자가)이 상황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현기 중앙일보 편집국장은 내년 3월 동일본 대지진 10주년 때 이번 사건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내년 한국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약속을, 일본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문제를, 한국은 지소미아와 강제 징용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요우라 지국장은 “일본이 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신일본제철이 한국에 기부금 내는 걸 묵인하는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기부금을 배상금이라고 설명하고, 대법원 판결이 실행에 옮겨졌다고 해야 한다. 일본 기업에 손해를 입히지 않는 구도를 만들고, 한일 양국이 바라는 바를 공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우라 지국장은 “일본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한국이 움직여야 가능하다”면서 “이렇게 하는 것 말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남구 한겨레신문 상무이사는 일본 정부의 대법원 판결 인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지연된 정의의 책임을 묻고 있다”면서 “시대 가치 반영한 판결이다. 대법원판결 집행 과정에서 양국 인식 차이가 있었지만, 되돌릴 순 없다”고 설명했다.

정남구 상무이사는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현실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법원판결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면 앞으로 한 발도 못 나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영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정남구 이사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강제징용 문제를 움직이지 못하면 한일관계가 옴짝달싹 못 할 수 있다. 근본주의로 밀어붙이는 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비슷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남구 상무이사는 “일본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상황을 넘어서지 않고는 전진할 수 없다”면서 “양국이 대화로 이번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이 문제해결 방법을 일본에 제안하는 것은 마치 시험 답안지를 채점 받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밝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양국 언론에게 객관적인 보도를 주문했다. 진 센터장은 “유튜브 생중계에 ‘양국 언론이 반일·반한 감정을 선동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 아닌가’라는 댓글이 달렸다”면서 “객관적인 보도 태도를 담보해야 한다. 언론인들이 한일 미래에 대해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진 센터장은 “언론은 한일 문제에 대해 겉만 핥는 게 아니라 심층보도를 해야 한다”면서 “구조적 문제와 양국의 한계를 잘 지적하면 국민들이 오해를 하거나, 갈등이 생기는 부분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8일 열린 '한일 언론인 화상 대화' 세미나

이번 ‘한일 언론인 화상 대화’ 세미나는 한국언론재단·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주최로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좌장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이다. 토론자는 김현기 중앙일보 편집국장, 정남기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김범수 한국일보 논설위원, 서영아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충원 연합뉴스 콘텐츠 편집부장, 하코다 데쓰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고미 요지 도쿄신문 논설위원, 미네기시 히로시 일본경제신문 논설위원, 도요우라 준이치 요미우리 서울지국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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