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주인은 시청자'라는 공영방송 KBS가 정작 시청자와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KBS가 ‘시청자주간’ 제정을 기념하며 1일 개최한 ‘시청자 포럼’에서 뼈아픈 지적들이 이어졌다. ‘시청자 참여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발제한 최은경 전남과학대학교 교수는 공영방송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시청자 관점에서 KBS를 평가했다.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지난 6월 27일~30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1000명에게 실시한 조사 결과. 해당 조사는 ARS 자동응답시스템(RDD 휴대전화 85%, 유선전화 15%)을 이용해 진행됐으며 2020년 4월말 국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성 연령 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해 통계를 보정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이 3.9%다.

최 교수가 소개한 데이터는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가 지난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공영방송 수신료 관련 견해’ 조사 결과다. 성인 1,000명에게 ‘한 가구당 월 2,500원의 공영방송 수신료가 적당하냐’고 질문한 결과, ‘폐지해야 한다'는 답이 46%로 가장 높았으며 ‘적정하다’가 26%였다.

해당 결과에 대해 최 교수는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에 대한 만족도가 없기 때문"이라며 "공영방송의 역할은 시청자 주권, 지역의 다양성을 강조해야 하지만 그 기대에 미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KBS가 수신료에만 의존하는 모델이 아니라 상업적인 광고를 받는 절충선에서 발생하는 아쉬움을 시청자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수신료 인상 반대에 대한 조사 결과도 놀랍지만 수신료 2,500원을 인하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60%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 부정의견을 넘어 공영방송이 더는 필요없다거나 수신료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영방송 정상화 이후 KBS가 받은 성적표”라고 꼬집었다.

김동찬 처장은 “앞서 10년간 KBS 구성원들이 정권과 맞서 싸워 독립성을 확보했음에도 신뢰도가 낮고, 수신료 지불 의사가 하락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KBS가 시청자와의 관계 회복에 무관심했던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으로부터 KBS가 거리두기 위해 노력한 만큼 시청자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여러 사례를 언급했다. KBS가 양승동 사장 취임 시 최초로 시민자문단을 통해 사장을 뽑았다고 자부했지만 그 이상의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 참여의 장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했다. KBS 지역국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에 지역 주민들은 참여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한 김 처장은 KBS 라디오앱 ‘콩’에 지역KBS 라디오 방송이 나오지 않는다며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지난해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전했다. KBS가 오는 3일부터 제공되는 저녁메인뉴스 수어통역을 결정하기 전까지 김 처장은 KBS앞에서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담당자에게 의견서를 전달하겠다고 했으나 정문 앞 시큐리티 직원에게 전달하라는 답변을 들어 황당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KBS는 지상파 방송 최초로 메인뉴스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한다고 홍보하지만 그 과정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KBS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했으면 어땠을까. 문제는 이러한 KBS에 대한 부정적 경험과 인식을 저만 가진 게 아닌 시청자들이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변해원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장은 지역KBS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KBS지역통폐합 대상 중 하나인 원주KBS가 폐쇄된다는 소식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이어진 국민청원에 897명이 참여했다.

변 이사장은 “35만 인구가 있는 원주에서 897명이 참여했다는 것은 0.002%가 참여한 것”이라며 “원주KBS가 원주시민들의 방송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이 아니었기에 통폐합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시청자포럼' 세션3의 발제를 맡은 최은경 전남과학대 교수,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변해원 전국미디어센터 협의회 이사장 (사진=KBS)

KBS가 시민의 방송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변해원 이사장은 “KBS는 지역방송국의 역할을 찾아 바꿔나가야 한다”며 “시민이 제작한 방송, 시민들과 함께한 방송으로 바꾸지 않으면 KBS 위상은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지역KBS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등을 주도적으로 해야 하며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찬 처장은 시청자 불만에 KBS가 귀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김 처장은 “KBS의 주요 결정들이 정치권력에 따라 이뤄지다 보니 권력층에 집중하지만, 시청자와의 접촉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시청자들의 불만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수신료 산정과 사용, 서비스 등 결정에 이르는 모든 불만에 귀를 열어 시민들과 대화하고 협력해 구체적인 경험과 긍정적인 사례들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최은경 교수는 공영방송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하며 세대·국적·언어·장애·젠더 차이를 극복해나가며 시청자 공감을 얻어야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처럼 언제 어디든 시청자들이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시청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