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예능의 두 축인 1박2일과 무한도전의 포괄적인 인기를 비교하자면, 1박2일이 한수 위라 생각한다. 시청률 측면에서 그렇고, 전 연령층을 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에 그러하다. 40대 이후 시청층 비율이 매우 적은 무한도전에 비해 1박2일은 10대부터 7~80대까지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드러나는 영향력은 10~30대 팬 층이 주류를 이루는 무한도전이 앞서지만, 대중적인 인기만큼은 1박2일이 더욱 앞선다고 볼 수 있다.

허나 두 프로그램의 메인MC 강호동과 유재석의 인기를 비교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유재석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SBS 연예대상이 실시한 인기상 시청자 투표에서 투표의 주 연령층을 이루는 소녀팬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는 이승기와 마지막까지 0.X%의 각축전을 벌이며 유재석이 2위를 차지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강호동의 득표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수치로 완벽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강호동보다 유재석이 인기 있는 이유

유재석과 강호동의 인기는 각자의 진행방식이나 성격 등 개인적인 선호로 나뉘는 것이겠지만, 일단 프로그램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사실 강호동이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강호동이 주인공이 아니다. 무릎팍도사와 강심장에서는 게스트가 주인공이고, 스타킹에서는 수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며, 1박2일은 여행지와 음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상황들이 출연진들의 성장보다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주인공이다. 봅슬레이나 조정 같은 종목들은 멤버들과 함께하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그려졌고, 그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도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에서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인간적이고 진솔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예능의 새 장을 연 무한도전은 연예대상 최초로 프로그램 멤버 전원이 대상을 수상한 영광스러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고, 여타 프로그램들보다 출연진 개개인이 더욱 더 극진한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말은 1박2일이 나아가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거나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MC의 역할은 매끄러운 진행과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이끌어나가는 것이고, 예능의 역할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1순위이기 때문에. 강호동과 1박2일은 그 역할을 분에 넘치게 해내고 있다.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라이벌 유재석은 매일 새롭고 다양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리더십까지 보여주며 MC를 넘은 스타로서 성장해나가는데, 강호동은 MC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뿐 상대적으로 스타로서·주인공으로서의 성장은 주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강호동에게는 무한도전이 없었다

1박2일은 진부하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포맷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연기자들의 방송 능력이 발전하고 게임 또한 내부적으로 다양한 종류를 만들어내 재미를 주고 있다. 게다가 시청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여행지를 알린다는 공익성까지 꾸준히 이어가 여전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MC 강호동의 입장에서는 하차하면 득은 없고 실만 있는 아주 비효율적인 행위일지 모른다.

하지만 스타로서의 강호동은 본인이 자주 외치는 진정성 있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위해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싶다. 지금까지 강호동에게는 무한도전이 없었고, 때문에 강호동만의 무한도전을 만드는 것이 하차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본인에게 있어선 시의적절한 하차

언론에서 언급하는 강호동의 다음 행보는 대략 SBS 일요예능행이나 종편행으로 추려져 있다. 이는 KBS 예능국과 1박2일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MC로서의 책임감을 논하며 비판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강호동 개인에게 있어선 시의적절한 하차였다는 생각이 든다.

몇 번의 위기를 넘기고 꾸준히 발전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똑같은 포맷과 한정된 소재에 한계를 느낄 것이고, 최고의 자리에 있던 1박2일은 언젠가 강제종영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보다는 최정상에 있을 때 물러서는 것이 강호동 본인에게는 더욱 현명한 행동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시청자와 팬의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행동인 것 또한 분명하다.

지난 방송에서 강호동은 배우에서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엄태웅에게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강호동 본인 또한 새로운 도전을 하기위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 생각되어 이후 어떤 스펙타클한 반전을 보여줄지 한편으로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종영의 아쉬움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소통'을 통한 미디어의 확장공사를 그리는 블로그(mediaparadiso.com) 운영.
한 때는 가수를, 한 때는 기자를 꿈꾸다 현재는 '법'을 배우고 싶어 공부중.
"내가 짱이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청년. 일단 소재지는 충북 제천. 트위터(@Dongsung_Shin).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