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 주말 사이 폭우로 인해 낙동강과 섬진강의 둑이 터져 3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의 낙동강 본류 둑이 터져 30m가량의 흙으로 만든 둑이 떠내려가 일대 마을이 잠겼고,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등 강변 마을에선 역류한 섬진강 물에 제방이 터져 주민들이 대피했다.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0일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낙동강 본류 둑이 터진 주된 원인으로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를 지목했다. 보가 물 흐름을 방해해 강물 수위가 높아져 수압이 올라가자 강둑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터졌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 9일 <폭우에 무너진 낙동강 제방 현장…마을 2곳도 물에 잠겼다> 보도 화면 갈무리

박 교수는 “보는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구조물로, 보가 없었다면 물이 잘 흘러갔을 텐데 보(구조물)을 설치해 물 수위가 올라갔다”며 “실제로 중수 하천 같은 경우에 홍수 피해가 발생한 지역을 보면 보 인근에서 제방 붕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파이핑 현상’이 꼽혔다. 박 교수는 “어제 창녕 함안보 상류 지역의 낙동강 본류 제방이 터진 지점을 현장 조사한 결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물 배수 구조물과 모래 제방 사이에 물길이 생기면서 제방 붕괴로 이어졌다”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제방 붕괴의 약 70%는 이런 파이핑 현상에 의해서”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지형적으로 하천 제방 관리가 주원인이고 부차적으로는 합천보(250m 하류에 설치된 물이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구조물)가 하천 수위를 상승시켜 제방 붕괴에 일정 부분 일조를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보를 개방해 물의 지천, 지류 쪽으로 물이 집중되며 피해가 커진 게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는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낙동강에 들어오는 하천을 지천이라고 하는데 물이 들어오는 곳이다. 대부분의 홍수 피해가 하천에서 (벌어지는 이유는) 물을 충분히 안전하게 소통시킬 수 없을 만큼 하천 공간의 단면적이 부족하므로 월류가 발생해 홍수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제는 국가 예산을 지류 지천 사업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낙동강과 같은 날 둑이 터진 섬진강의 경우에는 제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붕괴라고 설명했다. 홍수를 예방하려면 댐을 비워놔야 빗물을 저장해 하류 지역의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다른 용도로 쓸 물을 저장해둔 탓에 무리한 방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섬징강 댐은 한국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한다”며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를 확보하려, 한수원은 발전용수를 확보하려 물을 채우는데 홍수 때는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댐을 비워야 한다. 하지만 댐을 잘 관리하지 못해 반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면 이를 통합 관리해야 하는데 수자원 공사, 농어촌공사, 한수원의 기관 간의 이기주의가 세서 자기의 영역을 뺏기지 않으려는 것 때문에 섬진강 하류 지역에는 댐을 만들어놓고도 제 역할을 못 해 피해를 보는 안타까운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안 했기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야권의 주장에는 “4대강 사업 전에는 섬진강을 포함해 4대강 유역에서 제방이 범람한다든지, 홍수 소통 공간이 부족해 홍수 피해를 낳은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4대강 사업 전에 97~98% 정도가 하천정비 사업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재 4대강 조사위원회에서 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보는 효과가 별로 없고 유지 관리 비용이 더 든다고 해서 영산강의 죽산보 등 보들을 철거하는 게 오히려 더 경제적이라고 한다”며 “공주보 같은 경우에는 보에 다리 교량이 있어 이를 활용하자 또는 보 구조물을 뜯어내자, 세종보는 철거하자 등 안들이 제시되어 있다. 당초에 이 결정을 2018년도 말에 하겠다고 했는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1년 반이 다 되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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