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5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K리그라는 키워드를 힌트로 준다 해도 역시 마찬가지, 그저 시즌 종료를 거의 앞둔 상황에서 펼쳐진 평범한 리그 경기였습니다. 굳이 따진다면 한 주 남은 시즌 종료 때문에 절반의 팀들은 마지막 홈경기를 펼쳐야 했다는 거. 대구FC 역시 마찬가지였죠.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0대 1로 패하며 홈팬들과 시즌 종료보다 한 주 앞선 작별인사를 했던 시간, 그날을 특별히 기억할 일은 언뜻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날 "대구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경기는 대구FC가 대구스타디움과 별거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겁니다. 2009년 마지막 경기 이후 홈구장 "대구스타디움"을 떠나, 새로운 임시 홈구장 생활을 한 지도 이제 2년이 코앞입니다.

대구FC가 새롭게 쓰고 있는 홈구장은 "대구시민운동장", 바로 야구장 옆에 있는 축구장입니다. 소박한 규모에 처음에는 관중석이라도 좀 가득해보이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타디움과 가까웠던 대구시 지역과 경산시 일대의 축구팬들에겐 북구의 시민운동장이 너무 먼 곳이란 느낌, 북구에 위치한 시민운동장은 예전부터 야구장의 이미지가 절대적이기에 주변 지역에서 축구팬을 만들기도 쉽진 않습니다.

야구장에 대한 이야기들에서 이미 언급한 "주차장"이나 "접근성", 시설의 노후화 등은 언급조자 하기 싫군요. 단적으로 양쪽에서 야간경기가 펼쳐지면 정전을 고민해서 축구장 조명을 절반만 사용해야 하는 수준이란 것, 그리고 야구일정을 피해서 축구일정을 고민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 모든 원인은 2011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한 것, 주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을 대회준비를 위해 내줘야 했다는 거죠. 우리보다 앞서 대회를 치른 독일의 베를린, 일본의 오사카도 각각의 구장이 분데스리가와 J리그를 치르는 축구겸용 경기장입니다. 독일 올림피아스타디온은 헤르타 BSC베를린의 홈구장이고, 일본의 나가이 육상경기장은 J리그 세레소 오사카의 구장이라는. 우리처럼 2년 가까이 홈팀이 육상대회 때문에 홈구장을 쓰지 못했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더군요. -혹시 몇 달이라도 비워주거나, 대회 기간을 제외하고 한 달 이상 경기장을 비워준 증거가 있다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이미 월드컵과 유니버시아드를 성공적(?)으로 치른 대구스타디움. 새로운 대회를 위한 준비도 이해가 갑니다만, 그 공사와 단장을 위한 시간들이 2년이나 필요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경기장 트랙이 바뀐 것은 봤습니다만. 이 공사는 얼마나 걸렸기에 2년이나 필요했는지, -하긴 경기장 주변 시설과 지하 공간 공사가 끝나지 않을 걸 보면 육상경기과 관련한 공사는 원래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창단했다고, 그 사실에 자부심을 가진다는 "대구시"의 태도에선 K리그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없다는 거. 대구FC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어떤 것인지, 대부분의 월드컵경기장이 K리그에 쓰이는 걸 보며 아무런 느낌이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편에서는 축구전용구장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야구장 신축에도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걸 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나마, 좋습니다. 대구시의 대단한 육상대회 덕분에, 그에 대한 협조와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경기장은 내줬습니다. 이번에는 임시로 쓰는 대구시민운동장까지도 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8월 20일, 육상대회 개막 전에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예정된 대구와 광주의 대구 홈경기, 대구FC의 홈페이지에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이 일정이 연맹 일정에는 벌써 10월 9일 대구 홈경기로 바뀌어 있습니다. -뭐, 대구스타디움으로 장소가 되어 있더군요. 좋은 장소에서 하도록 배려한 걸까요?- 이유가 궁금했으나, 어디에도 없는 그 이유, 굳이 찾아보면 대구시민운동장 앞에 놓인 안내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더군요.

해외에서 온 육상대표팀의 연습을 위해 시민들의 공간을 내주고, K리그의 공간을 양보하는 현실. 몇몇 나라 대표팀의 연습공간으로 쓰이는 대구시민운동장이기에 출입도 통제하고, 경기도 조정된 듯한데요. 국제대회에 대한 유치와 그 열정, 성공개최에 대한 마음도 대단히 높이 살만 합니다만, K리그에 대한 예의나 대구FC에 대한 배려는 없는 현실, 그러면서 시민구단임을 자랑스럽게 대구시가 말할 수 있는 걸까요?

대구육상선수권대회, 여러 가지 면에서 이렇게 민폐를 많이 줬으니 부디 성공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K리그에 자존심과 대구FC의 축구보다 더 대단한 대회니 부디 성공하고 잘 치러야 할 텐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군요. 물론, 대단히 큰 국제대회 앞에 "축구"가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하실 테니 이런 이야기는 그리 큰 비중이 없을 거라 생각 합니다.

축구는 물론, 프로야구도 대회 기간엔 대구홈경기를 피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거! 대회 기간이 아닌 시간들까지 영향을 받는 게 문제란 거죠.

K리그를 중계하는 그저 소심하고, 편협한 지역방송의 스포츠PD의 마음엔 아무래도 돌아가는 형국이 삐딱하게 보입니다. 대구시가 좋아하는 육상대회에 자꾸만 리그가 피해를 보고 대구FC만 당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합니다. 화도 나는군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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