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미국프로농구(NBA)가 지난달 1일 새벽 0시를 기해 직장폐쇄에 돌입, 현재까지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직장폐쇄 상태가 지속되면서 NBA의 모든 업무는 중지됐다. 계약 협상을 비롯한 선수와 구단 간의 모든 접촉도, 선수들의 훈련장 사용도 불가능한 상태다. 당연히 7월 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NBA 서머리그도 취소됐다.

이번 사태는 NBA 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주 모임과 노조가 현재 연봉 총액 상한제도인 샐러리캡의 적용 방식에 대한 합의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구단주들은 최근 선수들의 과도한 연봉 탓에 적자 폭이 커지자 샐러리캡 제도를 소프트캡(각종 예외 조항을 둬 샐러리캡 이상의 돈을 선수들에게 쓸 수 있게 하는 제도)에서 하드캡(지난 시즌 NBA 샐러리캡인 5천800만 달러를 어떤 이유로도 넘길 수 없도록 하는 제도)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구단주들은 하드캡 제도를 도입하면 30개 구단의 전력 평준화를 이루게 돼 더 재미있는 승부가 연출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반면, 선수 노조에서는 소프트캡 제도가 하드캡으로 바뀌면 선수들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제도 변경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밖에도 구단주들은 또 현재 NBA 수입의 57%를 선수들이 가져갈 수 있게 돼 있는 규정을 39%까지 줄이자고 제안했으나 선수들은 54.3%까지만 양보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NBA 리그와 선수 노조는 지난 6월 30일 만료된 단체협약(CBA)을 대신할 새 합의안 도출에 실패, 1998년 이후 13년 만에 직장 폐쇄를 맞았다. NBA의 직장폐쇄는 이번이 세 번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NBA의 기라성 같은 농구 스타들은 졸지에 실업자 아닌 실업자 신세가 됐다.

물론 한 시즌 쯤 농구를 안 한다고 굶어 죽지야 않겠지만 농구가 직업인 선수가 농구를 안 하고 한 시즌을 소일거리나 하며 허송세월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한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미국 이외의 국가, 특히 농구 열기가 뜨거운 유럽이나 중국 같은 지역의 농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TV 중계 화면에서나 만나보던 NBA 스타플레이어들을 자국 리그 경기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NBA 스타 플레이어들이 '일터'를 찾아 유럽과 중국 등 국가의 리그에서 뛸 의사를 내비치고 있고, 실제로 계약을 한 선수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터키 리그의 베식타스는 이미 데론 윌리엄스(뉴저지 네츠)와 계약을 마쳤고 코비 브라이언트(LA레이커스), 빈스 카터(피닉스 선즈)도 영입의 손길을 뻗고 있다.

또한 토니 파커(샌안토니오 스퍼스)는 프랑스 리그로의 컴백을, 카멜로 앤서니(뉴욕닉스)는 중국에서 뛸 의향을 밝히기도 했으며 케빈 듀란트(오클라호마시티 썬더), 드와이트 하워드(올랜도 매직), 크리스 폴(뉴올리언스) 등도 스페인, 이탈리아, 터키, 중국 등 국가들의 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국제농구연맹(FIBA)은 직장폐쇄가 진행되는 동안에 한해 NBA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FIBA 규정은 원래 '한 리그와 계약 중인 선수는 다른 리그와 동시에 계약할 수 없다'고 되어 있으나 이번에 그에 대한 예외를 허용한 것.

물론 조건은 있다. 직장폐쇄가 종료되면 NBA로 돌아와야 하며, 선수가 원하는 리그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지만, 부상에 대한 위험 역시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

유럽이나 중국의 구단들이 현재 거론된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 부담이 있겠지만 이들의 영입으로 기대되는 마케팅 효과를 감안한다면 단기간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는 계산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NBA의 입장에서도 스타플레이어들의 타국리그 진출이 나빠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직장폐쇄라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지만 이번 상황을 오히려 NBA의 글로벌 마케팅의 기회로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NBA 사무국이나 구단들의 노력 없이 오로지 선수들의 움직임만으로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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