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를 지켜라'의 첫 회가 방송되자마자 반응이 뜨겁다. 첫 회 시청률은 12.1%(TNmS제공) 를 기록하며, 14.4%를 기록한 동시간대 '공주의 남자'를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의 반응으로 비추어볼 때 2회 방송부터는 '공주의 남자'를 역전할 기미도 보이고 있으며, 지금 같은 퀄리티를 유지한다면 일주일이 지나고 난 3회부터는 10%후반의 시청률도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드라마의 흥행은 '연출, 작가, 배우'의 조합이 훌륭하여 이미 예측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1회가 끝나고 난 지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 드라마의 흥행요인에 대해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화려하고 세련된 연출

고등학교 때의 활약을 비추었던 첫 화면부터 얼굴을 동그랗게 보이도록 클로즈업하는 마지막 장면의 연출까지, 이 작품의 연출은 파리의 연인, 조강지처 클럽으로 시청률 40%를 두 번이나 돌파했던 손정현PD의 내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가장 압권이었던 장면은 술집에서 최강희와 지성이 조폭들을 뚫고 나오던 장면이었는데, 이 장면은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보여주었던 장면을 거의 그대로 오마쥬한 것으로서 연출자가 얼마나 공을 들여 연출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첫 회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제격이었으며, 그와 동시에 주인공 차지헌(지성)이 앓고 있는 병 또한 깔끔한 연출로 그 증상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이런 연출의 디테일은 극에 대한 몰입도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특히 빠른 장면전환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주어, 자칫 극의 흐름이 늘어질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단점을 상쇄해 주었다.

이 정도 퀄리티의 연출이 계속된다면 시청자들은 '보스를 지켜라'에 채널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적절한 가벼움과 적절한 사회풍자

1회에서 보여준 노은설(최강희)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특히 여자라면 더욱 공감했을 그녀의 모습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비슷한 또래의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배역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작가의 대본이 얼마나 훌륭한지 보여준다.

특히 회장님의 모습에 변죽을 울리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등록금문제, 재벌의 희화화 등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성추행하던 사장의 정강이 사이를 강하게 한번 차버리고 싶은 끌어오르는 욕구를 가져 보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을 드라마에서 대신 터트려준 것이다. 특히 면접장에서 펼쳐진 '노은설'의 일장 연설은 대한민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설정 상 앞으로 계속해서 현실비판적이고 사회풍자적인 장면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된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너무 무겁지 않은 선에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3. 완벽한 연기

지성의 연기는 완벽했다. 귀여웠으며 얄미웠고 깨방정스러웠다. 다들 호의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캐릭터를 구축했으면 그는 할 일을 다한 것이다. 그의 헤어스타일과 걸음걸이 또한 철저하게 연구된 것으로 보인다.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자신의 병을 나타내는 세세한 손놀림들도 무척이나 섬세했다. 그 정도로 지성은 이 배역에 푹 빠져 있는 것이 보인다.

최강희 연기는 단연코 최고였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장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는 건 최강희의 최대 강점이다. 발산동의 전설이었던 그녀의 독특한 이력과, 후에 취업을 위해 걸그룹 춤을 추고 앞에서 무술을 선보이는 그녀의 변화는 최강희가 아니면 자연스러워 질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면접장면에서 보여준 절제되면서도 감정을 한껏 끌어올린 그녀의 연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며, 과거의 모습이 나올 때면 바뀌는 눈빛은 역시 최강희라는 만족을 품기에 충분했다.

김재중 또한 훌륭했다. 그의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는 지성과 대립되어 이미지를 잘 만들어 냈고, 특히 지성의 동글동글한 이미지와 달리 날카로운 턱선과 눈매는 외모만으로도 지성과 대립을 일으키는 느낌을 만들어낸 베스트 캐스팅임을 알 수 있게 해줬다. 연기 또한 안정적이었는데 특히 연기 초보에게서 나타나는 어색한 대사처리가 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대사를 소화해 냈다.

하지만 최고의 연기는 누가 봐도 박영규였다. 누가 뭐래도 순풍산부인과 미달이 아버지의 연기 내공을 지닌 박영규가 이 드라마의 중요한 핵심 웃음 포인트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배우가 중심을 잡아주니 각 캐릭터의 연기가 잘 어우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가 아들인 지성을 혼내는 장면도 압권이었지만 최고의 장면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기자를 향해 나아갈 때의 그 얼굴표정이었다. 그 얼굴표정은 정말 백만 불짜리였다.

예측한 대로 '보스를 지켜라'는 연출, 대본, 연기의 3박자가 고루 맞아 떨어진 보기 드문 작품이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흥행은 계속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이 작품이 또 한편의 로맨틱코미디의 걸작으로 남을지 아니면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지를 지켜보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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