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재우, 이하 방문진)가 김재철 사장의 사표를 반려, 재신임을 최종 결정했다. 주주총회를 통한 재선임 과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요식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초 기권했던 것으로 알려진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의결에 앞서 퇴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방통위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항의표시로 사표를 제출했던 것”이라며 “사퇴할 의사가 없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의 사표 그리고 방문진의 반려를 바라보는 조합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 130여명이 참석한 비상 조합원 총회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사표 반려와 재신임에 대해서 규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권순택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1일 오후6시 MBC 로비에서 비상 조합원 총회를 열고 김재철 사장은 ‘전 사장’으로 규정, 2일 오전부터 출근저지투쟁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파업시기도 앞당겨 다음 주부터 부재자 투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되는 김재철 사장과 관련해 “1년 반이란 짧은 기간 동안 MBC 사장을 3번이나 해먹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개탄했다.

비상 조합원 총회에서 정영하 본부장은 “사표를 내면 바로 법적 효력이 발생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김재철 씨는 이미 사장이기를 포기한 분이고 사임 배경도 명확했다. 10개월 이상 끌고 온 광역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의 법적 대응에 발목 잡힐 것을 우려한 저들은 이상한 편법 논리를 내세워 3선 사장을 만들어냈다”면서 “그러나 재선임을 통해 사장을 다시 뽑으려면 ‘공모’라는 정당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문진 차기환 대변인은 “최문순 전 사장 때부터 MBC가 공모에 의해 대표를 뽑았지만 그 이전은 아니었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의 입장을 달랐다. 10년 이상 사장을 공모절차를 통해 뽑아온 이상, 관례에 따라 이번에도 공모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영하 본부장은 “법적 절차적 문제와 사장 능력이 없는 김재철 씨가 3선 사장으로 내려오게 됐다”면서 낮에 열린 대의원 대회 결의사항을 밝혔다.

그는 “김재철 씨가 3선 사장 자격으로 다시 MBC에 입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2일 아침부터 출근저지에 들어갈 것을 결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애초에 기획돼 있던 단협쟁취를 위한 파업 일정을 당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MBC 본부는 2일 전국 대의원대회를 통해 파업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 다음 주부터 부재자 투표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연대사에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김재철 씨와 더불어 1년 반을 함께하면서 MBC 조합원들이 단협해지 등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생각해봤다”며 “그런데 이제 그 치욕과 굴욕을 씻을 때가 왔다”고 응원을 보냈다. 그는 “이 모든 투쟁이 방송의 건강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것인 만큼 공정방송의 복원이 우선”이라며 “정영하 본부장이 싸우겠다고 한다. 언론노조도 끝까지 믿음직하게 함께 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한편, MBC본부에 따르면 현재 방문진 임시 주주총회가 1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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