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마지막 일요일 아침, 한국 축구팬들은 세 가지 '큰 소식'을 동시에 접했습니다. 먼저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U-20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 말리전에서 2-0 완승을 거둔 것, 그리고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조편성 결과 비교적 무난한 조편성을 받아들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하나의 소식은 많은 축구팬들을 마음 아프게 하고,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바로 '블루 드래곤'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이 큰 부상을 입은 것입니다.

이청용은 31일 새벽(한국시각), 잉글랜드 컨퍼런스(5부리그) 소속 뉴포트 카운티와의 프리 시즌 경기에서 전반 25분 드리블을 하다가 상대팀 미드필더 톰 밀러의 강한 태클에 오른쪽 정강이뼈가 이중으로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습니다. 이 부상으로 이청용은 산소마스크를 써야 했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채 들것에 실려나갔고 곧바로 수술대에 올라 처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볼턴 원더러스 측은 최소 9개월 정도 그라운드에 뛸 수 없다는 발표를 하면서 사실상 새 시즌에 뛰어보지도 못하는 아픔을 겪게 됐습니다.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이청용 입장에서는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큰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할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어떤 타이틀도 걸려 있지 않은 프리 시즌 경기였던 만큼 어느 정도는 '룰'을 지키면서 경기를 해야 했는데 이청용에게 태클을 건 톰 밀러의 어이없는 행위 하나로 볼턴과 대한민국 축구를 궁지로 몰아넣었습니다.

▲ 이청용 ⓒ 연합뉴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볼턴 원더러스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청용의 재활을 전폭적으로 돕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엄청난 전력 손실을 감당하게 된 만큼 볼턴 입장에서는 재활을 완벽하게 도와 시즌 막판 투입을 꿈꾸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뼈가 붙기까지 12주, 즉 3-4달이 걸릴 만큼 워낙 중한 부상이고, 재활을 해도 이전 기량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헨리크 라르손, 아론 램지 등 같은 부상을 당했다 성공적으로 복귀한 사례도 있지만 후유증으로 은퇴를 한 선수들도 적지 않은 부상이어서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안타깝고 걱정되는 것은 이청용이 '큰 부상'을 처음 당해 심리적으로 받을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이청용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부상과는 거리가 먼 선수로 잘 알려져 왔습니다. 체력 하나만큼은 어떤 선수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고, 프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큰 부상이 없었던 것은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는 큰 비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새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예상하지 않았던 경기에서 선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하지만 부상을 통해 입은 심리적인 상처, 후유증은 오히려 상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아무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이청용이라도 이번 부상에 대한 심리적인 아픔이 깊지 않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에 가깝습니다. 이청용의 매니지먼트사, 볼턴 역시 이 부분을 우려하면서 곧바로 이청용의 부친과 매니지먼트사 대표가 현지로 간 이유도 이 같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다친 부위에 대한 재활만큼이나 심리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이청용에게는 어쩌면 더 큰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청용은 사실상 처음으로 큰 시련을 맞았습니다. 그래도 이청용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히 높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성실함과 침착함, 철저한 자기 관리로 많은 것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볼턴에서 공지한 9개월이라는 시간보다 어쩌면 더 빨리, 더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 화려하게 복귀를 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잉글랜드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형, 박지성이 있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절친' 기성용과 '유쾌한 형' 차두리가 있어 외롭지 않게 즐기며 재활을 할 수 있습니다. 숱한 부상에도 보란 듯이 일어섰던 박지성, 역시 많은 부상으로 잠시 고개를 떨궜지만 강인함의 상징으로 떠오른 차두리의 사례는 이청용이 재활하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어느 신체 부위든지 부상은 선수들에게 큰 고통과 시련을 줍니다. 하지만 부상을 잘 극복하면 '전화위복'이 돼서 더 큰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큰 시련을 얻은 이청용이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특유의 성실함을 재활 기간에 보여준다면 충분히 더 좋은 선수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빨리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오래 볼 수 있도록 완벽하게 몸을 만들어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래오래 '해 먹을 수 있는' 이청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픔을 이겨낼 줄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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