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미래 월드컵' U-20(20세 이하) 월드컵이 오는 31일 오전(한국시각) 남미 콜롬비아에서 개막합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0 월드컵 대표팀은 일찌감치 대회가 열리는 콜롬비아에 입성, 마지막으로 전력을 가다듬으며 결전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리, 프랑스, 콜롬비아 등 아프리카, 유럽, 남미를 대표하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한 조에 편성된 이광종호는 1차 목표 16강 진출을 달성해 2회 연속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하고, 내친 김에 1983년 대회에 기록한 4강 진출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적 못지않게 내용이 있는 축구를 보여주는 것 또한 중요한 게 사실입니다. 이광종호는 목표 달성 뿐 아니라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가능성 있는 활약을 보여주며 한국 축구에 새로운 빛으로 떠오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색깔 있는 축구로 호평을 받은 2007년 조동현호와, 대회를 치르면서 더욱 강해진 전력을 보여주며 8강까지 오른 2009년 홍명보호가 적절하게 혼합된 모습으로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이종호호 U-20콜롬비아 월드컵 대표팀 ⓒ연합뉴스
그동안 한국 청소년 축구가 U-20 월드컵에 나선 것은 18번 대회 가운데 모두 12차례입니다. 그 중에 1차례는 4강에 진출(1983)했으며, 8강에도 2번(1991, 2009) 올랐습니다. 하지만 가장 내용이 있고 박진감 있는 축구를 볼 수 있었던 대회는 2007년 조동현 감독이 이끈 U-20 대표팀이 출전했던 캐나다 대회 때였습니다.

당시 조동현호에는 '쌍용' 기성용, 이청용을 비롯해 신영록, 이상호, 심영성 등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돼 있었습니다. 멤버 자체도 괜찮았지만 이 선수들을 전술적으로 잘 활용해 아기자기한 맛의 축구를 보여줬던 것이 많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미국, 브라질, 폴란드와 한 조에 속해 '죽음의 조'에서 분투를 펼쳐야 했던 한국이었지만 젊은 선수들은 결코 주눅 들지 않고, 빠르고 짧은 패스 축구와 유기적인 호흡을 통한 세밀한 플레이로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줬습니다. 뻥축구가 아닌 기술 축구로 한국 축구가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팀이 바로 조동현호였습니다. 이 축구로 기성용, 이청용은 한국 축구 최고의 스페셜리스트로 우뚝 설 수 있었고, 신영록 역시 한동안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대들보 같은 공격수로 각광받았습니다.

그 다음에 선을 보인 홍명보호는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팀이었습니다. 2007년 대회에 비해서는 스타성이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았지만 대회를 통해 스스로 가치를 높이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조직력이 향상되면서 위협적인 경기력으로 18년 만에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구자철, 김보경, 김민우, 이승렬이라는 좋은 자원을 건질 수 있었고, 어떤 강팀을 만나도 이제는 준비했던 패턴대로 경기를 주도하고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는 면에서 한층 더 진일보해졌습니다. 홍명보라는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 출신 감독과 젊은 선수들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는 면에서 '신-구 세대의 조화로 이룬 쾌거'였다는 평가도 해볼 만했습니다.

이번 U-20 월드컵에 나서는 이광종호는 최근 두 대회에 출전했던 '선임 팀'들을 롤 모델로 삼아 이번 대회에서 더욱 한 걸음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려 할 것입니다. 스타성에서는 2009년 홍명보호보다 현재 이광종호가 더 떨어져 있고, 해발 2천m가 넘는 고지대에서 열려 어느 대회보다 변수가 많아 여러 악조건들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출전하는 선수들 역시 대부분 훗날 '예비 프로', 더 나아가서는 '예비 국가대표'를 꿈꾸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올해 K리그 신인상을 노리는 전남 이종호, 경남 윤일록, 유일한 유럽파인 프랑스 FC 낭트 이용재 등이 지난 홍명보호의 구자철, 김보경 같은 전철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어할 것이며, 다른 선수들 역시 풍부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다양하면서 전력이 만만찮은 상대들을 보란듯이 깨고 '내일은 스타'를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전 대표팀이 보여줬던 장점을 적절하게 혼합한 모습만 보여준다면 상대를 겁먹을 이유는 없으며, 충분히 해볼 만한 월드컵을 치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어쨌든 주사위는 사실상 던져졌습니다. 스타급 선수가 없다는 이유 때문인지 이광종호에 대한 대회 전 관심은 다소 싸늘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나갈 때는 조용히 나갔다가도 들어올 땐 떠들썩하게 오는 사례들이 최근 들어 많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FIFA 주관 대회에서만큼은 최근 거의 실패를 본 적이 없었던 한국 축구. 이번 U-20 대표팀이 좋은 결과도 내고, 좋은 내용도 남기는 '인상적인 팀'이 될 수 있을지, 한 여름밤을 시원하게 만드는 이광종호가 되기를 많은 축구팬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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