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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스포츠 독립 수사기구 대통령 권고' 발표 못해"인권위, 지난해 12월 권고안 6개월 뒤 재상정…"코로나로 묻힐까봐"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7.08 13:19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체육계 인권보호를 위한 독립적인 조사기구 구성'을 권고하기로 했다가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 이후 재상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인권위 책임론이 일고 있다. 

인권위가 지난해 권고 조치를 했다면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권고가 묻힐까 발표 시기를 늦췄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전원위원회를 열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스포츠계 구조를 바꿔야 하고, 독립기구를 만들어 신고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체육계 폭력 근절 방안을 대통령과 관련 부처에 권고할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지난해 초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선수 상습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뒤 인권위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이후 조사단은 대통령이 나서야 체육계 폭력을 근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6개월가량 해당 권고안을 묵혀뒀다가 지난 6일에 전원위를 열어 재상정했다.

손두진 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총괄기획팀 팀장은 코로나로 인해 인권위 권고 결정이 관심받지 못하고 묻힐까봐 발표를 미뤘다고 답했다. 그는 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2월부터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필요한 권고가 나왔을 때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면 실천이 담보되지 못한다는 과거 경험으로 (권고 결정문을 내지 못했다)”며 “변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본격화되기 전 2개월이란 시간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장관, 부처에 권고하기 위해서는 권고 결정문을 구체화하고 완성시켜야 하는데 통상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까지 걸린다”고 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고 최숙현 선수가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린 곳이다.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인권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교육부로부터 인력을 파견 받아 구성한 조직으로 주로 체육계 인권침해 사례를 전반적으로 조사·수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손 팀장은 “인권위는 모든 인권위원들이 모이는 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를 열어 고 최선숙 선수의 비극적 피해에 대해서 위원회가 실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우리사회가 스포츠를 활용하는 패러다임을 변혁하자는 게 권고의 주요 취지”라며 “스포츠계 패러다임 변혁의 과제는 특정 부처만의 문제가 아닌, 행정수반인 대통령께서 직접 중심에 서서 변혁을 중요한 국가적 책무로 수행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권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권고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스포츠계에 속한 학교, 직장, 지역단체를 총 망라해 지난 1년여간 직권조사를 시행한 결과, 보호체계에 대한 실천적 개선을 권고하는게 필요하다고 봤다”며 “대증적인 해소책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패러다임이 변해야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두 차례 특별지시에 대해 손 팀장은 “인권위도 시스템적인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얘기하겠지만, 대통령께서 직접 ‘이게 책무다’라고 추진하지 않으면 대증적인 해소책만 자꾸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현재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조사, 여러 관계 기관 접촉, 피해자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는 중이다. 현재로선 비공개 조사 사안이라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손 팀장은 “최 선수의 요청을 사실상 외면한 경찰, 대한체육계 등 기관들에 대해 구제조치가 소홀했던 부분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직장운동부에 여러 정책들을 검토할 때 데이터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체육계 폭력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촉구했다. 지난 7일 피해자가 경찰과 협회 등 여러 곳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만약 사실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며 진상조사를 주문했다. 실질적 재발방지대책마련과 함께 유사 사례가 더 있는지 폭넓게 살펴볼 것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일 “경기인 출신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나서서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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