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몇 시간 후면 세계선수권 2관왕 등극이 걸린 상하이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 결선을 치른다.

온 국민의 기대대로 박태환이 자유형 400m에 이어 자유형 200m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개 이상의 종목을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물론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존재도 있고, 파울 비더만, 야닉 아넬, 라이언 록티 등 1초 이내의 기록차로 경쟁할 라이벌들이 즐비한 상황이라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역으로 생각해 보면 가능성도 충분하다.

▲ 박태환 선수ⓒ연합뉴스

하지만 사실 오늘의 박태환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세계선수권 다관왕에 도전하는 것은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는 있으나, 이번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 한다 하더라도 이미 그는 그의 팬들에게 매우 소중한 교훈과 메시지를 던져줬다.

세계선수권 다관왕보다 소중한 그 가치는 바로 '부활의 정신력'이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한국 스포츠사에 가장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야기 가운데 파나마의 강타자 카라스키야를 상대로 적지에서 4번이나 다운되고도 역전 KO승을 거둔 프로복서 홍수환의 '4전5기 신화'가 있다. 복싱에서 상대의 주먹에 네 차례나 쓰러지고도 다시 일어나 역전 KO승을 거둔다는 것은 세계 복싱 역사를 뒤져봐도 쉽게 나오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스포츠에서건 한 번 성공의 달콤함에 취해 있다가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한 선수가 다시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는 처음 정상의 자리에 오를 때 보다 몇 배나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데 이어 2007 멜버른 세계선수권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잇따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획득,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박태환은 당분간 그 위상을 유지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2009 로마 세계선수권 전 종목 예선탈락이라는 '로마 쇼크'를 경험하며 참담한 시간을 보내야 헸다.

'몸이 망가져 있다'는 지적부터 '훈련태도가 성실하지 못했다', '박태환 전담팀이 오히려 박태환을 망쳐 놨다' 등등 박태환을 둘러싼 이런 저런 소문과 문제점들이 봇물 터지듯 보도됐다. 그 중 상당수는 사실인 내용이었지만 일부 내용은 과장되거나 사실과는 다른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 박태환이 다시 예전의 그 위상을 단기간에 되찾기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박태환이 다시 제 위치로 돌아오는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로마 쇼크' 이후 단 1년 만에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또다시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결국 박태환 스스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최악의 상황을 타개하는 노력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한 직후 박태환은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림픽 이후 마음이 조금 풀려있었던 것 같다"며 스스로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정신력이 해이해졌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처음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는 2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을 탈환하며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 이후 박태환은 즐기는 수영에 눈을 떴다. 호주 대표 팀 출신의 세계적인 지도자 마이클 볼 코치를 만나며 수영을 즐기는 가운데 이기는 수영을 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결과 훈련은 혹독했지만 박태환은 그런 훈련마저도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에서 쑨양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은 재미있는 말 한마디를 취재진에 던졌다.

"쑨양이 쫓아오길래 도망갔다"

표현은 아주 단순하지만 그리 단순한 말이 아니다. 경쟁자가 쫓아온다고 마음대로 도망가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만큼 훈련량이 충분했고, 자신감도 있었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는 말이다.

박태환이 이번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 앞으로 자유형 200m 결승과 자유형 100m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팬들은 이미 박태환의 '부활의 정신력'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박태환이 펼칠 나머지 경기들을 팬들은 넉넉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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