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가 노동자들을 부당전보해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협력업체가 전북 전주에서 근무하는 8명의 노동자를 천안·아산·세종으로 강제 인사 이동한 것이다.

지난 1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했다. 과기정통부는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유지'와 '복지향상'을 합병 조건으로 달았다. 합병 승인 당시 SK는 ‘협력업체 노동자 고용안정을 약속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 내재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희망연대 티브로드지부가 1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희망연대노동조합)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지부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전주기술센터는 고용안정이라는 당초 약속을 깨고 왕복 4시간 거리 지역으로 인사이동을 실시했다. 전주기술센터를 운영하는 ‘중부케이블’은 6월 19일 “전주에서 천안(3명), 아산(3명), 세종(2명)으로 인사 이동하라”는 공고를 냈다. 전주에서 천안·아산·세종은 편도 100km가 넘어 출퇴근이 불가능하다. 노동조합은 ‘인사이동 불가’ 의견을 냈으나, 사측은 인사이동을 강행했다.

중부케이블 측은 노조에 “월세 30만 원을 지급하겠다. 보증금은 가불하고 다달이 월급에서 공제하겠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정부의 인수합병 승인 조건은 ‘고용유지’이지 ‘인사이동 금지’가 아니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는 1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서를 제출하고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희망연대는 “이번 인사이동은 ‘회사를 그만두라’는 뜻”이라면서 “전주에서 차로 하루 4시간을 왕복해야 하는 곳들이다. 이런 비상식적 인사이동을 명령하는 회사는 우리 사회에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희망연대는 “전주센터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전주에서 살아왔다”면서 “이런 노동자들에게 삶과 일터, 가족을 포기하라는 것은 사실상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했다.

희망연대는 원청인 SK브로드밴드가 이번 사건을 방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연대는 “SK브로드밴드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케이블방송과 인터넷 설치 수리 업무를 외주화한 탓에 발생한 불합리한 인사이동”이라면서 “원청 SK는 2021년 예정된 기업공개를 앞두고 협력업체부터 구조조정해서 시장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것이고, 하청 중부케이블은 원청이 지급한 수수료 중 인건비를 줄여 그만큼 중간착취분을 늘리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협력사의 인사문제 등 경영권에 관한 사항으로 직접 관여할 수 없지만 고객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계약과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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