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K리그에서 가장 잘 되기를 바랐던 팀을 꼽으라 했을 때 강원 FC를 주저 없이 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08년 하반기에 창단해 2009 시즌 K리그에 첫 선을 보이면서부터 지역팬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았던 강원 FC. 그에 보답하기 위해 사장단부터 시작해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들까지 모두 나서 진심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할 때마다 '이 팀은 꼭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을, K리그를 좋아하는 축구팬들이라면 꽤 많은 분들이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비록 창단 후에 6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색깔 있는 축구로 중요한 순간마다 선전하며 K리그에 새 바람을 몰고 왔고, 홈경기 관중 수에서 첫 해에만 15개 팀 가운데 3위에 오르는 놀라운 관중 성적(평균 14,787명)을 내며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점점 더 나아질 일만 있어 보였고, 그런 의미에서 K리그 3년차인 올 시즌 뭔가 더 큰 일을 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시즌의 2/3 정도가 지난 현재, 강원 FC의 성적은 참담할 뿐입니다. 이렇게 안 풀려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강원의 성적은 한숨만 내쉬게 합니다. 개막 후 13경기만에 겨우 1승을 챙기기는 했지만 다시 6연패 늪에 빠지면서 1승 3무 15패, 승점 6점에 그치며 시즌 내내 최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시즌동안 기록한 골이 6골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경기당 평균 득점으로 환산하면 0.32골로, 한 팀이 득점한 기록이라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로 골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1승을 거뒀던 경기 역시 상대의 자책골에 의해 1-0으로 힘겹게 거둔 승리였습니다. 김영후, 서동현, 윤준하 등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괜찮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들이 침묵하고, 여기에 조직력에서 여러 허점을 드러내며 영패를 당한 경기만 13경기에 달하고 있습니다.

▲ 성적부진으로 감독직을 사퇴한 강원FC 최순호 감독이 6일 오후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컵 대회 강원FC와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1.4.6. ⓒ연합뉴스
성적이 이렇자 구단 내에서 가한 충격 요법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리그에서 잇따라 영패를 당하자 최순호 감독이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를 했고, 주장 역시 서동현에서 '맏형' 이을용으로 바꾸면서 분위기 수습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성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강원 FC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원동 사장마저 물러났습니다. 구단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교체되거나 물러나면서 분위기 다잡기에 나서는 듯 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은 마음을 다 잡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잇따른 패배로 인한 무력감은 쉽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이상할 정도로 경기는 잘 풀리지 않으면서 패배 숫자만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강원 FC를 둘러싼 각종 잡음들이 선수단 내부를 더욱 어수선하게 하고 있습니다. 김원동 사장이 물러난 배경에 정치적인 압력이 가해졌다는 의혹이 일면서 서포터 나르샤를 비롯한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선출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유명 여자축구심판 출신인 임은주 을지대학 여가디자인학과 교수를 신임 이사로 추천하자 '코드 인사'라며 반박하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고, 22일 구단 이사회에서 다수의 이사들이 임 교수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의견을 내면서 사실상 부결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2주 뒤에 다시 이사회를 열어 원점에서 대표이사 선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구단을 총괄 지휘하는 사람의 부재가 장기화되면 강원 FC의 어수선한 분위기도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성적과 내부 사정 등 총체적인 문제들 때문에 창단 3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셈이 됐습니다.

▲ 강원도민프로축구단(강원FC)의 공식서포터즈인 나르샤 회원들이 22일 강원FC 이사회가 열리는 강원도개발공사 회의실 앞에서 최문순 강원지사를 상대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원FC의 대주주인 최 지사는 이날 임은주(45) 을지대 여가디자인학과 교수를 대표이사로 밀었으나 이사회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 선임을 차후로 미뤘다. ⓒ연합뉴스
평균 관중 역시 3년째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강원 FC에 대한 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여전히 강원 팬들은 강원 FC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고, 끝까지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팬들을 위해서라도 강원 FC는 최근의 여러 가지 문제를 잘 해결하고, 하루 빨리 잘 추스르며 남은 1/3을 잘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나마 창단 이후 처음으로 FA컵 8강에 오른 것은 강원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처럼 마지막에는 2009년의 좋았던 순간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강원 FC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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