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 결과, 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4년째 최하위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신뢰도의 변수는 정권이 아니라 언론의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준희 교수는 2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언론 스스로가 낮은 언론 신뢰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언론 자유도는 정권이 바뀐 이후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결국 언론 신뢰도의 경우 정권이 변수가 아니라, 정권이 만들어 낸 환경에 언론이 어떤 행동들을 했는가에 의해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는)‘언론 환경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정도밖에 안 나오냐’는 실망감이 크게 표현된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0’에서 한국은 언론 신뢰도 21%로 조사 대상 40개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정준희 교수는 언론인들이 이번 평가 결과를 입에 담기 싫어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언론인들은) 언급하기 싫어하는 눈치가 제일 강하다”면서 “(조사 결과가) 굉장히 껄끄러운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또 ‘이걸 빌미로 우리를 욕하겠구나’라는 방어적 태도가 강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면에는 ‘조사를 믿을 수가 있어?’라는 불신감도 없지 않다”면서 “언론 불신을 언급하는 순간 자기들이 욕을 먹는 현상이 벌어지니까 그 자체를 피하려고 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고 했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이 ‘대중은 편향적인 뉴스만 소비하려 한다’고 여긴다며 “현상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태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사람들은 편향적이지 않은 뉴스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하고 유익을 얻어 보지 못했다”면서 “기대감이 없는 거다. 차라리 ‘관점과 일치하는 언론을 봐야겠다’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준희 교수는 “편향되지 않은 뉴스를 선호하는 국가들을 보면, 기성 언론이 중립적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컨대 독일은 굉장히 엄격하다. 공영방송 같은 곳에 대한 신뢰감이 남아 있고, 시민들이 ‘(중립적 언론을 통해) 유익감을 성취할 수 있다’고 보는 태도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중립적 저널리즘 경험을 제공해 주지도 않았으면서 소비자가 원래 편향됐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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