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팀 스포츠입니다. 아무리 한 선수가 잘 한다 해도 다른 선수들이 뒷받침을 잘 하지 못하면 아무런 성과를 낼 수 없는 종목이 바로 축구입니다. 축구를 통해 선수들은 나 혼자 잘 하면 된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다른 선수들과 함께 '승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팀 플레이를 잘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고 익힙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는 선수라면 비로소 누구나 인정하는 축구 스타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포지션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를 꼽는다면 바로 골키퍼를 첫 선으로 꼽게 됩니다. 아무리 우리 팀이 많은 골을 넣는다 해도 상대방 선수가 차는 슈팅을 잘 막지 못해 실점한다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다보니 골키퍼가 갖고 있는 부담감은 그 어떤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보다 더 엄청납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다른 포지션에 비해 기피하는 포지션으로도 꼽힙니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골키퍼를 하는 선수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상대의 다양한 공격을 최후방에서 막아냅니다. 체력적인 소모는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적다해도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동물적인 감각과 반사 신경으로 상대의 위협적인 슈팅을 막아내는 골키퍼들의 모습을 볼 때면 알 수 없는 희열감을 느끼게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케르 카시야스, 지안루이즈 부폰 같은 세계적인 골키퍼들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 상대의 슈팅을 막아내는 골키퍼
중반을 향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에서 이런 골키퍼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면 어떨까요?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고, 많은 것이 부족한 선수들이지만 성인들조차도 버거운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 하는 어린 골키퍼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프로 못지않은 비장함과 진지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용원초등학교에서 열린 서울 북동 리그 경기는 장마가 잠시 지고 조금은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서 치러졌습니다. 당연히 지칠 법 하겠지만 어린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상대방 골문을 향해 위협적인 슈팅을 잇따라 터트렸습니다. 하지만 골키퍼들 역시 이에 질세라 선방 플레이를 펼치며 막아내는 데 안간힘을 썼습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필드 플레이어들은 신뢰하고 더욱 공격을 매몰차게 하는 데 온 힘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경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졌고, 활기가 넘쳐흘렀습니다.

골키퍼들이 해야 하는 일은 많습니다. 상대편이 찬 슈팅이 골문을 향해 오는 걸 막아내야 하는 것이 주 임무이지만 어떤 상황에서 날아올지 모르다보니 늘 긴장한 상태에서 경기를 해야 합니다. 때로는 높이 떠서 공을 쳐내야 하고, 땅볼로 깔아 들어오는 것은 몸을 날려 안정적으로 잡아내야 합니다. 기본적인 동작말고도 수비진이 안정적인 수비를 할 수 있게끔 조율해주고, 세트 피스 상황에서는 수비벽을 잘 쌓을 수 있게끔 뒤에서 지휘해야 합니다. 또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필드 플레이어에게 힘을 불어넣는 역할도 합니다. 그야말로 그라운드의 최후방 사령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중한 역할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 땅볼로 깔려 들어오는 슈팅을 골라인 통과하기 전에 막아낸 골키퍼. 어떤 상황에서도 골키퍼는 상대의 공격을 최종적으로 막아내야 한다. 그 역할을 유소년 클럽 선수들이 완벽하게 수행해 낸다면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북동 리그 8라운드에 나선 어린 골키퍼들은 기본적인 동작과 마인드 면에서 안정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며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높게 날아오르는 공이 조금은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몸을 날려 막아내는 모습에서는 프로 선수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툭툭 일어나 '잘 할 거야. 화이팅!'을 외치는 골키퍼의 모습에서는 어른스러움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저런 골키퍼가 훗날 우리나라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로 뛴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가져볼 정도였습니다.

유소년 클럽 리그를 통해 어린 선수들은 축구의 기본적인 기술과 경험을 익히면서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팀정신을 스스로 체득합니다. 여기에 골키퍼는 다른 포지션보다 더 한 책임감을 가지며 자기도 모르게 성숙해지는 나를 발견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경기장 바깥에서는 여느 또래 친구들과 다를 바 없는 초등학생이라도 경기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며 멋진 선방을 하는 골키퍼 선수들을 바라볼 때면 왠지 다른 선수들보다 더 응원해주고 싶고,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이런 선수들에게 많은 격려를 해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면 골키퍼라는 포지션은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해볼 만한' 포지션으로 거듭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시작이 바로 한국 축구의 뿌리와 다름없는 유소년 클럽 리그에서 이뤄진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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