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2일,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 후보로 공식 발표했다. 시민, 언론노동자,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략적 ‘코드 인사’를 강행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의 정치적 독립 침해 우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면 이렇게 밀어붙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독선과 오만함의 극치다.

인선 발표의 시점과 방법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정략적이고 치졸한 계산이 드러난다. 청와대는 일요일인 어제, 통일부·환경부 장관 후보자 발표와 함께 방통위원장 내정 소식을 밝혔다. 인사파동으로 낙마한 부처의 후속 인선과 함께 발표하면서 최 내정자에 대한 의혹과 검증을 약화시키려는 꼼수가 엿보인다.

최시중씨는 방송의 독립성 침해 우려에 대해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나 마나 한 얘기다. 방송의 독립성은 한 마디 말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그의 전력이나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로 볼 때 누가 봐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원론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그리고 전문성 부족 지적에 대해서는 "지휘자는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전문성은 필요치 않고 일반적 식견이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스스로 전문성 부족을 인정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수호할 의지가 있고 방송 통신 업무의 전문성을 중요시한다면 이번 인사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언론 또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앞서 논평에서 지적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이 내정 발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검증은 뒷전이고 정쟁으로 몰고 가기 바쁘다. 언론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이유 있는 비판에는 침묵하고 민주당의 반발과 청와대의 입장을 정치공방 식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방송 통신 업무의 전문성이라는 핵심을 뒤로 한 채 방통위원장 선임 문제를 정쟁적 사안으로 오도하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의 언론관이나 언론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하부 조직으로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최측근 인사를 앉히는 정략적 인사는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그것이 방송 독립을 수호하는 첫 걸음이다. 그리고 언론은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보도를 해야 한다. 미디어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본질에 입각해서 최 내정자의 자격을 검증하는 데 힘써야 한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 끝내 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이 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우리는 언론노동자·시민사회 단체와 연대하여 파업, 선거 심판 더 나아가 정권 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이다.

2008년 3월 3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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