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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R] 포노사피엔스를 사로잡은 펭수와 BTS, 물구나무 서서 세상을 바라보라?[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0.06.02 17:36

[미디어스=이정희]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HBR)는 1922년부터 하버드 대학이 출간하는 대표적인 경영학 잡지이다. 최근에는 TED처럼 동영상으로 서비스되는 HBR은 전 세계적으로 비지니스적 도전에 지적 영감을 주는 대표적인 사이트로 자리매김하였다. EBS는 이런 HBR의 콘텐츠에서 착안, 매주 월요일에서부터 목요일까지 15분간 저명한 스토리텔러들을 초빙하여 국내외 기업들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 비지니스의 담론을 마련하고자 한다. 

EBS 비지니스 리뷰(이하 EBR)는 지난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팬데믹 시대, 표준을 바꿔야 살아남는다’ 편을 4부작으로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에선 2019년 지난 10년간의 급격한 시장 변화를 핸드폰을 손에 든 인류, 즉 포노 사이엔스(Phono Sapiens)라는 신인류의 등장으로 해석한 <포노사피엔스>의 저자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를 초빙하여 팬데믹 시대를 분석한다.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바라보라 

EBS 비지니스 리뷰 ‘팬데믹 시대, 표준을 바꿔야 살아남는다’ 1부

코로나19 시대,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분야는 바로 '택배 문화', 언텍트 소비 시스템이다. 그 시작은 미국이다. 1994년 아마존이 시작했던 온라인 배송 사업은 1995년 이베이가 이어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 인터파크가 발 빠르게 그 대열에 참여했다. 하지만 오늘날 가장 전자상거래 대표 기업을 든다면 전 세계 온라인 상거래의 69%를 점유하고 656조의 이익을 남기고 있는 마윈의 알리바바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진단하는 데 마윈의 이야기는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최재붕 교수는 2003년 사스의 위기를 기회로 삼은 마윈의 성공사례에 조금 더 면밀하게 접근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는 것은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며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비지니스적 명언을 남긴 마윈. 그는 사람들이 불평하는 곳에 바로 '기회'가 있음을 역설한다. 

그래서 어떻게 재택근무를 했는가 그 경험치를 분석하는 한편, 400여 명이 동시에 재택하며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던 그 방식을 사스로 인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도전의 기회로 삼는다. 

마윈은 당시 돈이 없었다.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던 그는 사업이라 하면 '자본'을 앞세웠던 이전의 방식에서 탈피하여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착안했다. 그리고 이런 마윈의 선택은 이어령 선생의 '자본 권력의 시대는 끝났다'는 선견지명에 통한다. 

또한 마윈은 흔히 이런 사업을 이끄는 사업가들과 달리 공대 출신도 아니고, 인터넷에 능하지도 않았다. 알리바바에는 '마윈 테스트'가 있듯이, 마윈처럼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쓸 수 있을 시스템에 착안했다. 즉,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결국은 기술보다 '인간,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가 먼저였던 것이다. 

거기에, 마윈은 계획 자체를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문명교체기, 판이 바뀌고 일자리가 바뀌는 상황에서 장기계획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데이터와 고객의 요구에 기반한 '애자일(Agile, 민첩성) 경영, (작업 계획을 짧은 단위로 만들고, 시제품을 만들어나가는 사이클을 반복함으로써 고객의 요구 변화에 유연하고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개발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고, 소비자의 움직임에 따라 사업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문명의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EBS 비지니스 리뷰 ‘팬데믹 시대, 표준을 바꿔야 살아남는다’ 2부

그렇다면 그 마음을 사야 하는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여기서 코로나19 시대에 유명해진 또 한 사람 오드리 탕이 등장한다. 마스크 앱을 개발하여 코로나19 사태에 기민하게 대처한 대만의 디지털 총무장관, 그는 시빅해커 출신의 젊은 관료이다. 

코로나19 터지고 마스크가 전 국민적으로 필요하게 되자, 이건 반드시 앱이나 웹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 오드리 장관은 이를 자신이 속해있던 대만 개발자 그룹 '거브제로(g0v)'에 의논한다. 

정부가 하는 일을 0부터 다시 생각해본다는 이 젊은 그룹. 바로 여기서 최재붕 교수는 포노 사피엔스가 만드는 표준의 차이를 주목한다. 즉 기존 사회가 혈연, 지연, 학연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오늘날 포노 사피엔스는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관계맺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코로나맵을 만든 이동훈 군이나 중3 학생이 만든 '코로나 나우' 역시 같은 사례다. 개발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소스코드를 공유하고, 그걸 '오픈 소스'에서 사람들이 현실에 필요한 각종 앱 등을 만들어내는 이런 상황은 이전의 폐쇄적인 관계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초등학생도 마음만 먹으면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이 필요한 지식을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는 상황, 포노 사피엔스에 기반한 시대에선 지식의 표준이 변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이다. 모든 사람이 지식의 백과사전을 만든다? 이 불가능할 것 같던 일이 누구나 편집을 하고 내용을 올리고, 이에 대한 리뷰를 통해 지식이 정제되는 '집단지성'의 과정, 이것이 바로 오늘날 혈연 지연 학연이 아닌 '네트워크연'의 현실태이다. 

표준의 변화가 새로운 시대를

EBS 비지니스 리뷰 ‘팬데믹 시대, 표준을 바꿔야 살아남는다’ 3부

일찍이 1903년 헨리 포드는 그 이전에 숙련된 장인에 의해 만들어지던 자동차를 도축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여 대량생산체제로 바꾸었다. 그 덕분에 2000달러이던 자동차는 800달러가 되었고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바로 이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는 2차 산업혁명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이 컨베이어 벨트가 오늘날 다른 '표준'을 만들어내고 있다. 피자 배달사업, 더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이 사업에 컨베이어 벨트가 등장했다. 고객이 주문하면 로봇이 만들고, 사람이 토핑을 한 피자는 다시 로봇이 오븐에 넣고 배달 트럭에 실린다. 그리고 고객에게 도착하는 동안 구워진 피자는 고객에게 가장 맛있는 따뜻한 상태로 전달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로봇이 아니다. 바로 '고객이 가장 맛있는 상태에서 받는 피자'를 주목해야 한다고 최재붕 교수는 강조한다. 소비자가 주문하면 3D프린터를 활용하여 로봇이 조립했던 신발공장이 기술은 최첨단이었지만 결국 소비자의 요구에 호응하지 못하여 망했던 것처럼, 기술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소비자의 요구에 호응하여 각광 받는 대표적 제품으로 '드론'의 예를 든다. 드론의 등장과 함께 '드론 택시'까지 섣부르게 예측되던 2000년대. 하지만 드론은 배터리가 오랜 시간과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는, 즉 30분 이상 날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하지만 프랭크 왕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된 스마트폰처럼, 드론으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의 영상을 찍어 공유함으로써 그 한계를 돌파한다. 

물리적 한계의 기술적 극복이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드론으로 대신한다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제 드론은 사진 촬영은 물론, 대규모 방역이나 건설현장 사이의 ‘보조적’ 역할을 대신하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시대의 소비자, 포노 사피엔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EBS 비지니스 리뷰 ‘팬데믹 시대, 표준을 바꿔야 살아남는다’ 4부

드론이 날고 로봇이 피자를 굽는 시대에도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시대의 ‘포인트이자 표준’이라고 최재붕 교수는 거듭 강조한다.

그런데, 이 시대의 소비자는 더이상 예전에 TV를 통해 수동적으로 광고를 흡수하던 그 시대의 사람들이 아니다. 저녁 7시 이후 가장 많이 보는 미디어 매체가 유튜브인 세상. 2~30대 젊은이들이 물건을 사기 전 가장 많이 참조하는 상대가 유튜버인 세상에서 소비자들은 이제 모든 걸 내 의지대로 선택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펭수와 BTS라고 최재붕 교수는 예를 든다. 그저 캐릭터를 넘어서 자신과 동질감을 느끼는 펭수 캐릭터. 이에 소비자들은 자발적 팬덤을 만들어 높은 조회수로 자신들의 호의를 증명한다. 

소비자가 선택하면 광고비가 없어도 거대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 그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BTS이다. 2013년 데뷔한 BTS, 여느 신인 아이돌 그룹처럼 방송 기회가 적었던 BTS는 방송 대신 자신의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기 시작한다. 잦은 소통으로 팬덤을 만들어 가던 BTS. 이에 미국에서 폭발적인 팬덤이 발생하고, 2019년 AMA에서 수상을 하는 쾌거를 이룬다. 

이렇게 전 세계 문명이 포노 사피엔스 중심의 ‘소비자 팬덤’ 방식으로 재편되는 세상. 기술 발달은 달라진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 인간의 마음'이 놓여있음을 간과하지 않을 때 새로운 비지니스 성공의 기회가 열린다고 최재붕 교수는 결론 내린다. 

4회에 이른 최재붕 교수의 비지니스 리뷰는 마윈, 오드리 탕 등 새롭지 않은 사례에 대해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이 시대의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표준, 그 중심에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한다.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관점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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