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끝났다. 실패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입사원에 대해 혹평하는 이유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그 마인드가 철저히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며, 앞으로 절대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왜 신입사원은 최악의 프로그램일까?


공급자 마인드

산업혁명 시대는 공급자 위주의 시대였다. 만들어내면 팔리는 시대, 공급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면 소비자는 무조건 구매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소비자 한 명 한 명 모두 다르게 만족시켜주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산업구조가 변해가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려는 기업의 변화 때문이다. 팔리지 않으면 망하게 되므로 기업은 이에 더욱 민감해지게 되었고, 지금 시대는 소비자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공급자 중심이었기에 방송사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시청자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고, SNS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의 의견은 더욱 중요해지게 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소통에서 한 단계 발전한 형태의 장르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여 공정성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입사원은 아주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만든 것이다. 신입사원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MBC 공채 아나운서를 뽑는 프로그램이었다. 아나운서니 인지도를 미리 쌓아두면 좋고, 요즘 아나운서들이 예능에 많이 출연하니 만큼 미리 예능을 체험하여 인지도를 쌓은 후 아나운서로 나오면 인기도 덩달아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가 아니었나 싶다.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보고용이다. 위에 보고할 때 아주 좋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보고할 때 이렇게 보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1. MBC 공채를 공개적으로 뽑으면 MBC 이미지가 소통의 이미지로 변화된다.
2. MBC 아나운서를 오디션 형식을 통해 뽑으면 아나운서라는 직종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다.
3. MBC 신입사원을 미리 스타로 만들 수 있다. 적어도 인지도를 쌓을 수 있다.
4.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실험적인 모델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사용하니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로 인식될 것이다.
5. 오디션 형식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검증된 양질의 신입사원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상사가 보기에 너무도 완벽한 제안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좋은 프로그램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결과는 비참했다. 처음부터 삐그덕거렸다. 신입사원에 응모한 사람들의 정보가 공개되자 비난이 쏟아졌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떨어진 사람은 타 방송사 아나운서에 응모하기도 껄끄러운 상황이 되었다. 방송이 시작되고 난 후에는 시청자이 외면했다. 남의 회사 신입사원 뽑는 것을 왜 봐야 하냐는 것이다. 그래서 시청률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아무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자 또 다시 비난이 들끓고 있다. 외모, 학벌로만 뽑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하반기 공채도 뽑지 않을 것으로 전해져 MBC 아나운서에 대한 이미지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좋은 의도의 제안서였는데 왜 결과는 최악이었을까? 그건 바로 시대에 뒤떨어진 공급자 마인드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청자와 소통의 의미가 더 강해진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장르에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를 넣었으니 불협화음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결국 시청률도 안 나오고, 비난만 듣고, 이미지도 안 좋아지고, 새로 뽑힌 신입사원은 공채보다 더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아나운서 내에서 오디션 출신이란 구분이 발생할 수도 있다. 뽑을 때부터 문제였고, 뽑는 과정도 문제였고, 뽑고 나서도 문제이기에 이건 채용의 과정으로서도 최악의 채용이다.


신입사원, 실패사례로 남다

신입사원이 가져다 준 한 가지 메시지가 있다면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절대로 이런 시도를 하면 안 된다는 사례를 남겨준 것이다. 공급자의 마인드에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나는 가수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시청자들이 제대로 된 노래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키스앤크라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기획부터가 김연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스타 마케팅을 좋아하는 SBS가 김연아 떡밥만 던져주고 김연아 팬이라면 보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진심으로 무엇을 보기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이 제작한 프로그램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신입사원 같은 프로그램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돈을 쏟아부었고, 그 많은 공을 들이고도 최악의 시청률에 반응 또한 최악이기에 본전은커녕 실패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은 모두가 진 게임이다. 응모한 사람도 남는 게 없고, 선정된 최종 3인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고, 시청자는 외면했고, MBC는 더욱 이미지가 안 좋아지게 되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